자동차 보험료를 약간 더 내고 보험 가입 중 할증기준을 늘려 받은 운전자들이 그렇지 않은 운전자보다 보험료 대비 훨씬 더 많은 보험금을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시행된 '자동차 보험료 할증기준 다양화' 이후 소비자 선택 다양화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손해율(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출된 비율) 급증이라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 1~3월 중 업계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3%. 반면 같은 기간 대형 A사에서 할증 기준을 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린 5,783명의 손해율은 122.1%에 달했다. 대형 B사에서도 기준 변경자 4,674명의 손해율(110.8%)이 전체 손해율(79.6%)을 크게 웃돌았다.
할증기준 중도 상향자의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이들이 추가로 낸 보험료에 비해 비싼 사고를 많이 낸다는 의미. 특히 A사의 경우는 상대방이 있는 대물사고 손해율(109.7%)보다 자신의 자동차를 고치는 자차사고 손해율(135.3%)이 훨씬 높았다. '50만원 할증기준'상황에서는 수리비가 50만원을 넘으면 보험료가 높아져 과잉 수리를 자제했으나, 소액의 추가 보험료로 기준을 올린 뒤에는 보험료 인상 부담이 생기지 않는 한도까지 자의적으로 과잉 수리를 받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감독당국과 업계 모두 일부 양심불량 운전자에 의해 할증기준 중도 상향 조치가 악용된 점을 인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 B사의 경우 만기 이후 계약갱신 때 할증기준을 바꾼 운전자(53만명) 손해율은 81~82%에 그쳤다"며 "만기 전에 기준을 높인 가입자는 애초부터 적당히 사고를 낸 뒤 과잉 수리비를 청구하려는 '도덕적 해이' 성향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악용된 이유에 대해서는 당국과 업계가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업계는 "당국이 제도 변경의 긍정적 측면만 보고 허점에 대해서는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당국은 업계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운전자가 기준을 올리면서 손해율이 급증했는데, 이는 일선 보험설계사들이 '할증기준을 높이면 이득'이라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사고 추이와 손해율을 종합 검토 중이며 조만간 제도 개선 또는 폐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20년간 50만원에 묶여 있던 자동차 보험료 할증기준을 올 1월부터 50만, 100만, 150만, 200만원으로 다양화하고 약간(보험료 70만원인 운전자가 할증기준을 200만원을 올릴 경우 8,100원 추가 부담)의 보험료만 더 내면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운전자도 기준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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