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6일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오찬 회동 외에 다른 중국 지도부와 별도의 만남은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실무급 회담이 열릴 것이란 예상은 빗나간 셈이다.
원 총리가 중국의 경제정책 사령탑이라는 점에서 이날 회동은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차기 총리로 점쳐지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배석한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전날 후 주석과의 회담이 정치ㆍ경제ㆍ국제 문제 등이 망라된 총론적 협의였다면, 이날 원 총리와의 만남은 경제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경협 분야가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만큼, 김 위원장이 원 총리에게 경제 문제와 관련한 여러 궁금증을 풀어놓고 협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원 총리는 지난해 10월 방북 당시 김 위원장에게 설명했던 '창ㆍ지ㆍ투(長吉圖) 개발 계획'을 북한 나진항 개발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회담을 이끌어갔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의 반응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그의 방중 동선을 되짚어보면 상당 부분 의견 일치가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 길에 다롄(大連)을 가장 먼저 찾았다. 다롄은 동북3성 물류의 90%이상을 담당하는 거점 도시로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확보한 중국 창리(創立)그룹 본사가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나진항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김 위원장이 나진항의 벤치마킹 모델로 다롄을 상정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전날 경협 분야에서 큰 틀의 합의점을 찾은 뒤 각론 차원에서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해외자본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중국 측에 이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수 있다. 가령 원 총리가 상하이(上海) 등 중국의 대도시를 예로 들어가며 김 위원장에게 세부적으로 설명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 관리를 맡고 있는 전일춘 노동당 39호실 실장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이번 방중에 동행해 이들에게 집중적인 설명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은 현재 북한이 외자유치를 위해 설립한 국가개발은행 이사장과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이사장을 각각 겸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과 원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경제분야의 의견교환이 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정치문제 등 기타 의제는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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