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때마다 매번 국내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곧 제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역시 또다시 불거진 남유럽 재정 문제는 당장 국내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6일 주가는 2%가까이 폭락해 코스피지수 1,700선이 단숨에 무너졌고, 원ㆍ달러 환율은 방향을 틀어 급등했다.
하지만 그리스에선 진화되는 듯싶던 재정위기가 이번엔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전역으로 옮겨 붙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한층 깊어져, 우리 금융시장이 금방 회복될 수 있을지 전문가들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유럽 재정 문제가 글로벌 경기 자체를 훼손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면서도 유로존 4위 경제국인 스페인의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글로벌 자금의 투자심리가 악화돼, '일시적으로라도' 국내 금융시장은 불안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자금은 일단 신흥국에서 빠져나가 달러화 등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는 추세. 그러나 이번 고비만 넘기면 아시아 등 신흥국으로 다시 자금이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당장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스페인은 그리스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단기 조정을 거친 뒤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고유선 경제금융팀장은 "스페인의 국채 만기가 7월에 집중돼있기 때문에 다음달까지는 남유럽 재정 이슈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유럽 재정악화가 더 심화하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파국으로 치달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도 이번 사태의 영향은 단기조정 정도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3~4월 가파르게 상승해 조정 타이밍에 가까워졌고 외국인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 사태를 관망하면서 이달 하반기까지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경기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다 이번 사태로 각국의 출구전략 시행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어 증시가 하락장으로 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달러화 강세의 여파로 원ㆍ달러 환율도 오름세로 돌아서겠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위안화 절상 이슈가 본격화할 조짐이어서, 원화 약세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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