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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지방자치, 헛먹은 스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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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지방자치, 헛먹은 스무살

입력
2010.05.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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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의 탈당ㆍ무소속 출마 회견이 줄을 잇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경남지역 한 시장의 탈당 및 무소속 사유는 '술수와 정략으로 얼룩진 부당한 결정'에 불복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경남지역 시장도 원칙ㆍ기준ㆍ명분도 없는 밀실공천과 공천의 칼을 쥔 지역 국회의원을 비난하며 한나라당을 떠났다. 광주 시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민주당 예비후보는 선거구를 바꿔 무소속 출마를 하기로 했다. 이게 다 어제 하루에 일어난 일이다.

각종 폐해 쌓여가는 중앙공천

한 달도 남지 않은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공천ㆍ경선 불복, 탈당과 당적 변경 등 어지러운 반목과 이동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B당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4년 전 A당 후보로 나가 당선된 구청장이 이번 선거에서 재공천은커녕 형사소추를 받을 것 같자 B당으로 되돌아간 사례도 있다. 당적을 옮겨 다니며 출마 낙선 당선을 되풀이한 사람들은 많다.

정당 가입이란 자신의 이념과 정치철학을 좇아 이루어지는 행위인데, 당을 그렇게 쉽게 바꾸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천에 불복해 탈당ㆍ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행위는 더욱 나쁜 비신사적 행위다. 그런 사람들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통령 후보 경쟁에서 탈락하자 불복, 탈당한 정치인의 행로를 보면 알 만한 일이 아닌가 .

그들 개인의 문제만 이야기해서는 부족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지방자치와 정당 공천의 문제점이 이번에도 다시 드러나고 있다. 정당 공천은 지방자치를 중앙 정치에 지배 당하고 예속되게 만드는데, 중앙당의 필요에 의해 비리와 물의를 빚은 인사들까지 공천을 하는 사례가 잦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기초로 한 풀뿌리 민주주의의다. 지방자치가 발전하려면 지방정치가 독립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중앙정치의 지배가 갈수록 더 견고해지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한 정당이 특정 지역의 단체장과 의회를 독차지하는 지역주의 구도에서는 견제와 균형이란 있을 수 없다. 지역 현안이 중앙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 기초 자치단위에 대한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이 누적된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주민들에 의한 탈정당화 경향이 정착될는지 모른다. 지난해 4월 실시된 일본 22개 시의 시장 선거에서는 전부 무소속 후보가 당선돼 정치인들과 국민을 놀라게 했다.

공천과정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한 다음, 우리가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최근 보도됐다시피 2006년에 취임한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47.8%인 110명이 비리와 위법 혐의로 기소됐다. 놀라운 숫자다. 민선 1기(1995~98년) 때 23명이던 것이 2기에 59명, 3기 때는 78명으로 기소된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6ㆍ2선거에서 뽑히는 기초단체장의 절반 이상이 비리 혐의로 기소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감사원이 적발해낸 단체장들의 비리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특히 내연녀에게 맡겨 재산을 관리하다가 위조여권으로 출국하려 한 당진군수는 비리의 절정ㆍ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지자체장 중에서도 군수가 가장 등 따습고 배부르다고 한다. 당선되려면 최소 30억원을 써야 하지만, 4년 재임기간에 50억원을 챙기면 20억원이 남는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재·보선 비용 정당이 분담하게

그런 사람이 당선되는 바람에 재ㆍ보궐선거를 해야 한다면 각 정당이 공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비리로 하차할 경우 그를 공천한 정당은 해당지역 재ㆍ보선에 후보를 내지 못하게 하거나 재ㆍ보선 비용을 낙마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소속 정당이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공천제도를 없애지 못하겠다면 제대로나 하게 만들어야 한다.

올해는 지방자치 20년이다. 이미 성년이 된 셈인데, 나이에 비해 내실은 너무도 약하다. 논어의 말씀대로 三十而立(삼십이립), 서른 살이나 돼야 겨우 제대로 설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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