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고서를 통해 "건설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확대되는 가운데 건설업체의 대규모 부도 가능성 등 건설 부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견상 건설업 부채비율은 200%대이지만, 시행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감안하면 실질 부채비율은 500% 수준으로 급등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감사 대상 건설업체의 13%인 232개사가 부도 위험이 높다니 충격적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도급순위 상위 30개사의 실질 부채비율은 293%나 된다. 이처럼 부실 위험이 높은 건설사들을 방치해 연쇄 부도로 이어질 경우 금융권 전반에 미칠 악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다. 실제 예금은행의 대출 중 건설 관련 비중은 1990년대 10% 수준에서 2007년 이후 25% 안팎까지 치솟았다.
건설사 부실이 금융기관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을 정밀하게 가려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KDI도 "건설 부문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상당 기간에 걸쳐 진행된 구조적 문제이므로 구조조정을 통해 해소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2월의 양도세 감면 조치 연장에 이어 최근엔 5조원의 공적자금을 들여 4만 가구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주기로 했다. 한탕주의에 물든 건설사들의 경영 실패를 언제까지 국민의 혈세로 메워주려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원대책을 내놓으면서 "미분양 사태를 몰고 온 건설업체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정부의 엄정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마디 걸쳤지만, 정부가 엄정한 대응에 나섰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지금은 부실 건설사의 구조조정을 통해 업계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점이다. 당장 부동산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실 건설사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도려내야 할 환부에 진통제를 놓아 병을 키우는 것과 같다. "건설업 떠받치기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안 맞는다"는 KDI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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