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에 걸린 것일까.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사진)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SEC는 버크셔가 지난해 10월말 미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를 260억달러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 주주들에게 이 사실을 적법하게 알렸는지 수 주에 걸쳐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SEC는 버핏이 미 증권거래법 ‘13D’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13D’조항은 주주가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 있거나 제안할 때 즉시 다른 주주들에게 그러한 의사를 밝힐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버크셔는 추가 지분매입 전에도 벌링턴 지분 22.6%를 이미 소유한 상태였으며, 버핏은 지난해 11월 3일 벌링턴 인수를 발표하며 지분변동을 고시했다.
그러나 버핏이 매튜 로즈 벌링턴 최고경영자(CEO)에게 인수할 의사를 전달한 것은 이보다 10일 앞선 10월 23일이었다.
문제는 ‘13D’ 조항에 대한 해석이다. 법률가들은 인수를 제안한 시점에서 ‘수일’ 내 공개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시점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없는 상태라는 입장이다.
WSJ은 “이 법이 주주들이 예상치 못한 ‘깜짝 인수’를 제한해서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로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회색지대’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실제로 인수ㆍ합병 과정에서 인수자들 역시 최종 거래가 뒤집어질 것을 우려해 비공개 진행이 대부분이었고, SEC도 지금까지 위반여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왔다.
때문에 SEC가 유독 버크셔에 대해서만 ‘13D’조항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버핏의 최근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EC가 사기혐의로 기소한 골드만삭스에 대해 버핏이 공개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금융파생상품 규제를 완화하려는 로비를 벌이는 등 사사건건 SEC와 맞서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