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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만의 유통방통] "관광수입보다 자연" 뉴질랜드의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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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만의 유통방통] "관광수입보다 자연" 뉴질랜드의 소신

입력
2010.05.0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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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경관이 빼어난 뉴질랜드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지금도 전 세계 각지에서 영화에서 맛본 감동을 직접 맛보기 위해 뉴질랜드를 찾고 있고, 반지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많은 투어 상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뉴질랜드 어느 곳에서도 영화에 등장했던 화려한 세트장을 구경할 수 없습니다. 영화를 감독한 피터 잭슨이 뉴질랜드 당국으로부터 영화제작을 마치는 즉시 모든 세트장을 깨끗하게 철거, 원상복구한다는 조건하에 영화를 찍었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은 북섬 로토루아 인근 도시 마타마타에 위치한 호비튼타운(호빗족의 마을) 정도이지만, 이 역시 오리지날 세트장은 완전히 사라졌고, 이 곳 농장주가 사비를 들여 영화 세트장과 비슷하게 지은 것이라 조금은 의미가 퇴색됩니다. 대다수 투어 프로그램은 지금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광활한 자연을 찾아 영화의 한 장면을 캡처한 사진과 현장을 대조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관광인프라이지만, 철저한 원상복구를 요구한 뉴질랜드 당국의 조치는 우리의 시각으로 보자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영상매체의 잔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획단계부터 관광상품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수십억대, 수백억원대의 드라마 및 영화 세트장을 짓는 우리의 현실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국내 최초로 관객 1,000만명 시대를 연 영화 ‘실미도’의 세트장을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고발했던 공무원을 문책 인사한 우리나라와의 행정을 뉴질랜드 당국은 결코 이해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세트장이 단기적인 관광산업에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을 뉴질랜드 당국이 모를 리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정작 중요시 여기는 것은 그 보다 훨씬 오래 간직해야 할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 자체입니다. 세계 최고급 키위를 생산해 내고, 세계 최대의 낙동업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 역시 뉴질랜드인의 자연사랑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일로 자리잡은 뉴질랜드산 키위가 갓 수확을 마치고 이달 중순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선보이게 됩니다. 뉴질랜드 키위수출을 전담하고 있는 제스프리에 따르면 올해 키위는 알이 작아진 대신, 당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합니다. 관광산업을 비롯, 다른 분야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지켜낸 자연에서 얻어낸 올해 키위의 맛은 어떨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산업부차장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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