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령회사를 설립해 수천억 원대 ‘딱지 어음’(부도어음)을 시중에 유통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어음 제조총책인 이모(64)를 구속하고 이를 도운 법인설립책, 판매ㆍ유통책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 어음 사기단은 2005년과 2007년 ‘통현 산업개발’과 ‘철갑 종합상사’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해 2007년 7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계좌를 튼 거래은행 4곳에서 백지 어음 535매를 발급받은 뒤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모두 6,500억 원어치 어음을 시중에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액면가 1,000만원~5,000만 원짜리 어음을 장당 280만~300만 원에 넘겨 15억~16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 어음들은 6, 7차례 손 바뀜을 거쳐 자영업자 등 400여 명의 손에 들어갔고 최종 소지자가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은행을 찾았을 때는 이미 부도처리 돼 휴지조각이 됐다.
경찰조사결과 이씨 등은 은행으로부터 어음용지를 원활히 확보하기 위해 유령회사 설립 후 1년 동안은 5,000만~1억 원의 자금을 은행 계좌에 넣고 장당 수 백만 원의 소액어음을 발행해 30일 단위로 정상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신용을 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어음 사기단은 은행이 어음발행명세서나 세금계산서 등 서류 요건만 갖추면 서류의 진위와 관계없이 어음 용지를 지급하는 허점을 이용했다”며 제도적인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