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기초학문 학과나 비인기 학과를 실용학문 학과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 행보를 이어가면서 각 대학에서 독일어, 프랑스어 등 유럽어문학 전공학과가 잇따라 퇴출되고 있다. 인문계열의 취업률이 전반적으로 낮은 데다, 이들 전공의 수요가 특히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건국대는 충주캠퍼스의 36개 전공, 6개 학과를 20개 전공, 13개 학과로 바꾸는 학문단위 구조조정안을 확정해 2011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적용키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유럽어문학부의 독일어문학전공과 러시아어문학전공 일부는 신설 동화미디어콘텐츠학과로 통합하고, 프랑스어문학전공과 러시아어문학전공 일부, 국제통상전공, 식품자원환경전공은 국제학부로 합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안이 적용되면 건국대에서는 독일어, 프랑스어 전공이 완전히 사라진다. 건국대는 2005년 전공 희망자가 적다는 이유로 서울캠퍼스의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를 EU문화전공학과로 통합했고, 이마저 경쟁력 부족을 이유로 2009년 폐지한 바 있다.
중앙대도 같은 이유로 이들 전공을 통합했고, 단국대 동국대도 올해부터 독문학과를 폐지했다. 한양대 경남대 대구가톨릭대 등이 모두 같은 이유로 최근 5년 새 이들 전공의 통폐합을 결정했다.
유독 이들 전공이 밀려나는 까닭은 전반적인 인문계열의 취업률이 낮은 데다, 중국어 등의 부상에 밀려 이들 학문 전공자의 설 자리가 줄어온 탓이다. 2009년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프랑스어와 독일어는 전공 관련 분야 취업률이 낮은 학과 순위 1위와 3위에 올랐다. 이 때문에 독일어, 프랑스어 기피는 고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내 고교 308곳 중 90%인 278곳이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일본어를, 189곳이 중국어를 택한 반면,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택한 학교는 52곳과 47곳에 그쳤다.
박혜숙 건국대 충주캠퍼스 인문과학대학장은 "최근 수년간 이들 전공 학생들이 입학 이후 진로의 막막함을 호소하고 상당수가 다른 과로 전과하거나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등 정원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이 계속돼 동화번역과 같은 실용적이고 특성화한 연구 영역을 개발해 흡수하는 고육지책이 마련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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