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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회적 기업에게서 배운다/ (상) 물고기 잡는 법 가르치는 버클루와 주마벤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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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회적 기업에게서 배운다/ (상) 물고기 잡는 법 가르치는 버클루와 주마벤처스

입력
2010.05.0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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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주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기업. 언뜻 봉사를 목적으로 한 시민단체와 구분이 모호하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특성상 영리를 추구하고, 이를 다시 사회적 목적에 재투자하며 지속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특히 사회적 기업이 되면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며 활동을 영위할 수 있어 지속 가능 경영이 중요시되는 요즘 기업들에게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메카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회적 기업 및 전문가들의 활동을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 소외계층 자립·진학에 '아름다운 손길'

3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산라파엘시에 위치한 블루 스카이스 카페. 이 곳에서 일하는 제이슨 카프(38)씨는 카운터에 늘어선 사람들에게 커피를 따르느라 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밀려드는 손님들에게 응대하는 일이 적잖이 힘들지만 그는 일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그가 이 곳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해 7월. 17년만에 변변한 일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그동안 그의 생활은 어둠의 연속이었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였던 그는 일자리는커녕 집도 없이 노숙자로 살았다. 거기에 약물 중독이 가져온 우울증으로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웠다. 특히 약물에 중독돼 사고나 길거리 싸움으로 죽어간 친구들은 그의 마음 속에 영원한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런 그가 주 정부의 소개로 버클루를 알게 되면서 새 삶을 살게 됐다. 3개월의 교육으로 블루 스카이스 카페의 능숙한 점원이 된 그는 음료를 건네며 "간호나 조경 관련 일을 얻어 자립하는 것이 목표"라며 환하게 웃었다.

집과 일자리 그리고 희망을 주는 기업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마린 카운티에 위치한 버클루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회적 기업이다. 1970년 11월에 캘리포니아주 마린 카운티에서 우울증 등 정신 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던 지역 주민들을 도와주는 농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확장을 거듭해 86년부터 가벼운 정신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직업 교육을 시켜 일자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버클루는 정신 장애우들에게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이다. 스티븐 램스랜드 버클루 이사는 그 이유를 "가족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버클루는 마린, 소노마, 나파 등 3개 카운티에 시설을 마련하고 연간 300명의 정신 장애우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며 직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마린 카운티의 경우 버클루 건물 한 쪽에 마련한 블루 스카이스 카페에서 주로 실시한다. 램스랜드 이사는 "3개월 동안 대인 관계, 돈 계산, 음료 제조와 이력서 작성 등을 가르친다"며 "지난해 이곳에서 훈련받은 연간 300명의 인원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음식점이나 청소 용역 등의 일자리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고용한 기업에게는 정부에서 세제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버클루의 재원은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들의 지원, 블루 스카이스 카페 등의 수익 사업을 통해 마련한다. 램스랜드 이사는 "알리안츠, 오토데스크,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지원한다"며 "이들의 도움으로 7월에 나파에 블루 스카이스 카페를 추가 개설하고 가을에 유기농 농장도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저소득층 청소년의 대학 진학을 돕아

샌프란시스코 인디펜던트 고교에 다니는 여학생 쉐리 콜린스(18)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은퇴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그에게 대학 진학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희망을 준 곳이 바로 사회적 기업 주마벤처스였다.

콜린스는 이 날도 수업이 끝나자마자 시내 스튜어트거리에 있는 주마벤처스 사무실로 달려 왔다. 그는 지난 2년여 동안 이 곳에서 회계 교육 등을 받고 미식축구, 야구, 농구 등 프로 스포츠가 열리는 운동장에서 관객들에게 아이스크림, 커피 등 간식을 팔았다.

간식을 판매한 돈을 모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콜린스가 모은 돈은 얼추 3,000달러 가량 된다. 물론 대학 진학에 부족한 돈이지만 주마벤처스가 같은 금액을 지원하고 장학금 및 정부 보조금을 받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이를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콜린스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많은 것들을 이곳에서 배웠다"며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주마벤처스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대학 진학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독특한 사회적 기업이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에 총 3개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들은 연 평균 400명의 학생들에게 회계 교육, 금융 거래 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 오클랜드 레이더스 등 프로 미식축구, 야구, 농구팀과 계약을 맺고 경기가 열릴 때마다 학생들이 경기장에서 간식을 판매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들이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한 가지.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다. 제프리 러셀 주마벤처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대학을 나와야 좋은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고 가난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입시 준비도 도와줘 대학 진학률이 9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들의 지원 프로그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들은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수익사업을 적절히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벤&제리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운영이다. 1994년에 운영권을 확보해 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팔 수 있는 가판점을 여러 군데서 운영했다. 이후 비용 대비 사업 성과가 높지 않자 2007년에 주저하지 않고 매각했다. 지금은 하겐다즈 등 다양한 업체들로부터 음식류를 제공받거나 특별 메뉴를 개발해 수익성을 높인다.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 지원 또한 재원 마련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제로니모 마틴 주마벤처스 이사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e트레이드, 쉐브론, 시티그룹, 리바이스, 갭, 구글 등이 지원한다"며 "비영리기구와 기업의 전문가들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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