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후진타오 무슨 얘기 나눴을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정상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자 대화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2006년 1월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4년 4개월 만에 마주 앉았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을 비롯한 경제협력, 북핵 6자회담 재개 방안, 북한 후계체제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의 북핵 6자회담 복귀 문제다. 한반도 최대 이슈인 비핵화 진전 여부와 관련, 후 주석은 동북아 질서의 안정을 위해 조속한 회담 복귀를 김 위원장에게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이 이날 '김 위원장이 북중정상회담 때 6자회담 예비회담 참여 의사를 밝히기로 양국이 사전 합의했다' 는 취지의 보도를 한 점으로 미뤄 김 위원장도 전격적으로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하거나 적어도 회담 조기 재개에 찬성한다는 식으로 화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후 주석은 대신 김 위원장의 호응을 대가로 북한에 대규모 식량지원과 경제협력을 약속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이날 정상회담에는 북한이 외자유치를 위해 설립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이사장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배석한 것으로 보여 양국간 경협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한이 해외자본의 투자를 염두에 두고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나진항 개발이 의제에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훈춘과 나진항을 잇는 93km 길이의 도로를 북한에 건설해 주고 나진항 부두 개발권을 따냈다. 이 지역은 중국이 최근 개발에 공을 들이는 동북3성과 맞닿아 있어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곳이다.
북한이 6자회담을 지렛대로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이끌어낸다면 유엔의 대북제재와 화폐개혁 실패, 남북 경제협력 중단 등 잇단 악재를 겪고 있는 경제 부문에 상당한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 의제는 아니지만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정은의 후계체제 문제도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의 방중 동행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 지도부보다 권력 세습에 거부감이 강한 중국 4세대 지도부에게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 완화나 경제지원 등 북한이 의도한 방중 목적을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중국측에 에둘러 양해를 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초미의 현안으로 떠오른 천안함 침몰 문제는 회담 테이블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불과 닷새 전 이명박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한 후 주석이나 북한 연루설 확산으로 곤혹스러울 수 있는 김 위원장 모두에게 천안함은 껄끄러운 사안이다.
또 과거 방중 전례를 보면 중국은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간 뒤 정상회담 결과를 한국측에 설명해야 하는데 사고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자체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선 크게 6자회담 프로세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양국간 경제협력에 관해 의견 접근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후계체제 문제는 공식 의제 보다는 중국측에 지지를 요청하는 수준에서 다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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