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로 뒤진 SK의 9회말 투아웃 마지막 공격 기회. 볼카운트 2-1에서 4번 타자 박정권이 넥센 마무리 손승락의 직구에 힘차게 스윙을 했지만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박정권이 삼진을 당하며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문학구장을 가득 메운 2만8,000명의 팬들은 아쉬움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좀처럼 깨질 것 같지 않던 SK의 연승행진이 '16'에서 멈췄다. SK는 5일 인천 넥센전에서 클락과 김민우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1-2로 패배, 역대 2위 타이 기록인 16연승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양팀의 선발 투수는 SK 김광현과 넥센 번사이드. 어느 누구도 김광현의 승리와 SK의 17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한국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김광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29를 기록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다.
그러나 '스승'의 수염을 깎게 만든 장본인이 다름 아닌 에이스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클락과 김민우에게 솔로 홈런 2방을 얻어 맞은 게 뼈 아팠다. 김광현의 이날 성적은 5와3분의2이닝 동안 8피안타(2피홈런) 2실점.
반면 1승4패에 그친 번사이드는 직구 평균구속이 140㎞를 넘지 않았지만 체인지업을 앞세워 SK의 막강 타선을 잠재웠다. 7과3분의1이닝 4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1실점으로 지난달 4일 LG전 이후 한달 만에 2승째를 신고했다.
경기 전 웃으면서 수염을 자르고 싶다고 말했던 김성근 SK 감독은 막상 연승이 끊기자 "타자들이 너무 못 쳤다"며 짧게 대답했고, 주장 김재현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아쉬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패전의 멍에를 쓴 김광현을 비롯해 주축 선수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연승이 깨진 것보다 좋지 않은 경기 내용에 더욱 억울해하는 선수단 분위기였다.
한국 무대에서 제대로 '사고'를 친 번사이드는"상대의 16연승을 끊는 승리 투수가 돼 기분이 좋다. 최근 제구력이 좋지 않았는데 정민태 투수코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넥센은 7위에 머물고는 있지만 지난 주말 2위 두산에 이틀 연속 8점차 승리로 발목을 잡더니 이번엔 SK에 확실한 고춧가루를 뿌리며'도깨비팀'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선발 김선우의 6이닝 2실점 호투에 힘입어 LG를 4-2으로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두산 6번 최준석은 1-0으로 앞선 4회 1사 1루에서 쐐기를 박는 좌중월 투런포(시즌 4호)을 때렸다. 두산은 3연패 끝.
삼성은 대구 롯데전에서 13-2의 대승을 거두고 홈 3연패를 끊었다. 타선이 선발 전원안타(시즌 9호)를 포함해 21안타로 롯데 마운드를 맹폭하는 사이 선발 장원삼은 6이닝 1실점으로 2승(1패)째를 챙겼다. 4번 채태인은 연타석 투런홈런.
광주에서는 KIA가 데뷔 첫 승을 신고한 전태현의 호투를 앞세워 한화를 4-0으로 꺾었다. 꼴찌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을 내고도 9연패 수렁에 빠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대구=양준호기자 pires@hk.co.kr
김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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