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일반공모청약이 20조원의 시중자금을 끌어 모으는 '빅 히트'로 끝난 뒤, 시장은 이제 탈락자금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생명의 일반 청약 모집액은 9,776억원, 그러나 몰려든 자금은 19조8,445억원이었다. 탈락 자금만 무려 18조8,668억원이나 된다. 7일 환급되는 이 천문학적인 부동자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가느냐에 따라 시장 자체가 들썩일 수 있는 상황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일단 이 자금이 원래의 '자기 집'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자금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한데다 증거금의 상당 부분이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자산관리계좌(CMA)에서 나온 것이어서, 다른 투자자산으로 가지 않고 제 자리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 중 적지 않은 인원이 예금 담보 대출이나 MMF같은 단기 예금상품을 통해 증거금을 마련했다"며 "공모에 탈락할 경우 다시 예금이나 MMF, CMA등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자금은 증시에 남아 앞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공모주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공산이 크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1700선까지 오르면서 개인들이 직접투자나 펀드 신규가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때문에 탈락 자금 일부가 주식시장 주변에 남더라도 직접투자나 펀드 보다는 다른 공모주 쪽으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신한 제1호 스팩(10일~11일)과 만도(11~12일) 등 굵직한 공모가 계속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 탈락의 아쉬움을 다른 공모주에서 달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의 부동산경기로 볼 때, 탈락자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탈락자금을 유치하려는 금융사간 경쟁도 뜨거워 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공모 청약자들의 성향에 맞춰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1,000억원을 선착순 판매하고, 신한금융투자도 특판 금리 연 4.5%를 주는 RP를 삼성생명 청약 고객에 한해 판매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PB 고객 전용 상품 9개를 대거 내놓을 예정이고, 하나은행도 채권형 상품을 특판하거나 PB 고객 전용 사모펀드를 만들어 이 자금을 유치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공모자금 자체가 부동자금의 성격이 강한 만큼 이들을 유치할 경우 상당한 우량 신규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어 증권사와 은행간 경쟁이 아주 치열해 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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