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요? 남이 하지 않고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 아닐까요. 지금껏 해온 사업들도 따져보면 대부분 남들이 다 뜯어 말린 곳이거나 남들이 다 안된다고, 못한다고 했던 것들이었죠."
2008년6월 경남 창원에서 컨벤션센터와 무역센터, 특급호텔, 쇼핑몰, 주거단지 등이 망라된 연면적 42만㎡(13만평) 규모의 사실상 국내 최초 복합단지 '더시티세븐'을 선보였던 부동산개발업체 도시와사람 하창식(60) 회장이 또 다른 모험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회장의 시선은 이번에도 대구와 경남 함양, 모두 지방에 맞춰져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그것도 남들 다 꺼린다는 지방에서 그가 모험과 도전을 계속해 나가는 이유는 뭘까.
하 회장은 "수도권에야 주거 문화 업무 상업시설들이 부족할 게 없지만 지방은 거의 대부분이 그렇지 못한 곳들"이라며 "지방 사람들도 이런 혜택들을 누릴 수 있도록 곳곳에 자족기능을 갖춘 복합단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디벨로퍼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 균형발전이란 틀에서 보더라도, 특정기업의 투자 유치와 공공기관 이전 같은 정부 주도의 유인책 보다는 진정으로 지역 주민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결국 지방을 고루 살찌우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지방개발은 그에게도 늘 딜레마다. 개발이익만이 아닌 지역발전과 새로운 도시건설 쪽에 개발 포커스가 맞춰지다 보니 하 회장은 기업가로서 극대화해야 할 수익성과, 건축가로서 도시기능을 추구해야 하는 건축미학과 창의성 사이에서 늘 고민에 빠진다.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예술가와 비슷한 처지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선택은 대부분 수익보다는 건축 자체에 방점이 찍혔다. 하 회장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수십 년에서 몇 백 년 이상 존재할 건축물을 짓는다면 돈보다는 도시를 보고 지어야 한다"며 "개발사업의 이익은 디벨로퍼만이 취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기능과 맥락이란 차원에서 지역주민 모두의 무형 재산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회장이 여타 디벨로퍼와 남다른 건축철학을 갖는 데는 그가 건축가 출신이란 배경이 한몫 한다. 그는 "건축가가 아무리 좋은 설계안을 내놔도 건축주나 시행ㆍ시공사들이 들이대는 수익성이란 잣대에서는 생각했던 건축물을 짓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사람과 도시가 공존하는 건축을 실천하기 위해 개발업계에 직접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1975년부터 1999년까지 건축가로서 설계 업무를 해왔으며, 99년 도시와사람을 설립하며 부동산개발업무에 발을 내디뎠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실제로 창원 더시티세븐은 디자인 수정 보완만 100여 차례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설계비만 당초 계획보다 수백억원이 더 들었다. 그가 도전중인 대구스타디움(옛 대구월드컵경기장) 내 스타디움몰 역시 일반 쇼핑몰이 아닌, 세계 최고수준의 미국계 디자인 그룹이 설계한 '랜드마크' 복합건물로 지어지고 있다. 함양 지리산 자락 인근 1,146만㎡(350만평)의 대지에서도 지금 그가 디자인하는 지방 자족도시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하 회장은 "함양프로젝트는 2014년이면 메디컬센터와 전문교육시설, 콘도 골프 스키 테마파크 등이 어우러진 사계절 리조트, 생태공원, 주거단지 등을 망라한 새로운 개념의 도시를 염두에 두고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며 "낙후된 농촌도 개발 콘셉트에 따라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족한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지역개발의 새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디벨로퍼(developer)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기획 자금조달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 등 과정을 계획적이고 종합적으로 총괄하는 사람 또는 회사를 말한다. 독자적 개발 콘셉트를 바탕으로 대규모 또는 계획적 도시조성을 목표로 하며, 단순 주택개발은 진정한 의미의 디벨로퍼 사업 영역에서 제외된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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