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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물밑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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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물밑의 적

입력
2010.05.0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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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의 고전 는 2차 대전 때 미 해군 호위구축함과 독일 잠수함(U-Boot)의 1대 1 사투를 그렸다. 미남배우 로버트 미첨이 연기한 구축함장과 독일 배우 쿠르트 율겐스가 맡은 유보트 함장의 지략 대결이 중심이다. 상과 하의 긴박한 대결은 잠수한계에 이르러 어뢰를 명중시킨 U보트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구축함장은 갑판에 불을 질러 침몰 직전인양 위장, 물위로 부상한 U보트를 단단한 함수로 들이받아 격침시킨다. 어릴 적 감명 깊었던 영화의 원제 는 으로 옮길 만하지만 가 훨씬 낫다.

■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실전과는 동떨어진 것을 해군에 가서 알았다. 구축함은 대잠전(Antisubmarine warfare)이 주된 임무이지만, 물밑 잠수함을 1대 1로 탐색, 추적하고 궁지에 모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어려움은 한미 연합훈련에서 우리 해군의 209급 재래식 잠수함이 호위함 방어선을 뚫고 미 항공모함을 가상 격침시키는 능력을 과시한 사실이 거꾸로 잘 보여준다. 재래식 잠수함은 2차 대전 이후 핵잠수함이 등장하면서 중요성이 줄어든 듯했다. 그러나 전후 유일한 정규 해전을 벌인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계기로 새로이 부각됐다.

■ 아르헨티나에서도 멀리 떨어진 포클랜드 군도를 둘러싼 전쟁에서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항모를 비롯한 대규모 해상 전력과 핵잠수함까지 동원한 본격 해전을 벌였다. 개전 초, 영국은 핵잠수함 어뢰로 아르헨 순양함을 침몰시켜 승조원 200여명을 수장시켰다. 이에 맞서 아르헨 해군은 프랑스제 엑조세 미사일 탑재기로 영국 구축함 2척을 격침시켰으나 핵잠수함이 무서워 전쟁수역 밖으로 모두 피했다. 다만 낡은 독일제 209급 잠수함 1척이 남아 은밀히 영국 함대를 노렸다. 잠수함'산 루이스'는 3차례 어뢰 공격에 성공하지 못했다. 낡은 사격통제장치가 고장 나 어뢰를 수동 조작하는 데 미숙한 탓이었다.

■ 그러나 영국 함대는 잠수함 6척, 구축함 11척, 대잠 헬기 25대 등이'산 루이스'추적과 공격에 전력을 소진하고서도 끝내 잡지 못했다. 20시간 폭뢰 공격을 퍼붓고 놓친 기록도 있다. 전쟁의 교훈을 좇아 아르헨티나는 잠수함 전력을 크게 늘렸다. 당시의 영국 원정함대 사령관과 뒷날 전쟁을 객관적으로 연구한 미 해군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면 영국은 아르헨 해군과의 대결을 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천안함 침몰 사태를 평가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데 해군뿐 아니라 사회가 함께 되새길만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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