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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자금 쏠림 보여 준 삼성생명 청약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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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자금 쏠림 보여 준 삼성생명 청약 광풍

입력
2010.05.0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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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초 실시한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20조원 가까운 뭉칫돈이 몰렸다고 한다. 국내 증시의 주식공모 역사상 최대인 것은 물론 역대 최고기록인 1999년 KT&G 공모 청약액의 2배에 근접하는 액수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효과와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 상장이라는 펀더멘털이 잘 어울린 결과이겠지만 시중 부동자금의 규모와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쓰레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정책당국은 저금리시대의 장기화가 초래한 과잉유동성이 위기 혹은 교란 요인이 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해야 한다.

모두 888만7,484주를 공모한 삼성생명 청약 결과 3억6,081만주가 신청돼 청약경쟁률은 49.6대 1을 기록했다. 주당 공모가 11만원에 총 공모금액은 9,776억원인데, 여기에 19조8,445억원의 청약증거금(청약액의 50%)이 몰린 것이다. 청약에 참가한 계좌도 16만개를 넘고 계좌당 청약증거금도 평균 1억2,000만원에 달한다. 1인당 한도인 10만주를 꽉 채워 55억원을 들고 온 고액자산가도 상당수였으며 가족 4명의 이름으로 220억원을 맡긴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완화의 정상화, 즉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현재 단기 금융상품에 머물러 있는 부동자금이 75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수시입출금식 예금,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양도성 예금증서(CD), 머니마켓펀드(MMF), 단기채권펀드 등에 들어있는 현금성 자금이 넘쳐 난다는 뜻이다. 이런 기름에 10% 안팎의 수익률이 예상되는 '최고의 블루칩'이라는 불씨를 던졌으니 말 그대로 돈놓고 돈먹기식의 머니게임 바람이 분 것은 당연하다.

삼성생명의 청약 열풍은 회복기 우리경제 앞에 놓인 과잉유동성이라는 지뢰밭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쏠릴 기회만 찾는 GDP 규모의 부동자금을 재차 확인시켜줬다. 금융위기라는 비상상황에서 취해진 비정상적 조치가 빚어낸 부작용이다. 인플레보다 경기회복의 불씨를 잘 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지금 널린 인화성 물질은 위험수위다. 대들보 타령만 하다가 집을 불태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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