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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기관 판공비 공개 못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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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기관 판공비 공개 못할 이유 없다

입력
2010.05.0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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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은 세금으로 운영된다. 세금을 낸 국민은 세금이 올바른 곳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당위와 거리가 멀다. 1998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하지만 정부는 세금 사용내역 공개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공개까지는 부지하세월이고, 인터넷상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기도 어렵다. 설령 국민 앞에 세금의 쓰임새가 공개됐다 해도 그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기관장 업무추진비(판공비) 사용내역 공개를 극도로 꺼린다. 공개해도 총액만 발표하거나 사용처를 두루뭉실하게 처리하기 일쑤다. 업무의 연장선에서 필요한 활동이라면 구체적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공개에 소극적인 것을 보면 그만큼 국민 세금을 제 돈인 것처럼 헤프게 쓰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최근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원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키로 한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평가할 만하다. 더불어 원장 차량 운행일지, 국내외 출장경비 내역 등을 함께 공개키로 한 것 역시 기관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통해 국민 신뢰를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 물론 원장의 활동이 샅샅이 공개되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적극적 자세가 국민 세금을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결정이 찻잔 속의 미풍에 그쳐선 안 된다. 모든 정부 부처, 모든 공공기관으로 이 바람이 퍼져나가야 한다. 각급 기관장들이 업무추진비를 업무와 상관 없이 사적 용도로 유용함으로써 공직사회의 청렴성은 부정 당하고 정책은 불신 받고 있다. 공직사회는 기관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자신에게 엄격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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