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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한국형 인공관절 '세계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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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한국형 인공관절 '세계화의 꿈'

입력
2010.05.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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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엉덩이관절 분야에서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퇴행성 관절염과 같은 질환으로 인해 인공 엉덩이관절 치환술을 해야 하는 환자가 많다.

인공 엉덩이관절 치환술은 손상된 엉덩이관절의 관절면을 제거하고 인공적으로 제작된 관절 대치물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1960년대 유럽에서 시작돼 1980년 이후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시행돼 현재 수술 횟수가 연간 1만9,000건에 이르고 있다. 초기에는 국내 의료공학기술이 미진하고 정부 지원도 부족해 인공관절 제품을 전량 수입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의 대퇴골 형태가 서양인과 차이가 있고 수술 후에도 양반다리를 하거나 쪼그리고 앉는 등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기에는 서양의 인공관절이 문제가 있었다. 이에 '한국형' 인공관절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돼 그에 관한 연구가 1990년대 들어 활발하게 진행됐고,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최초의 한국형 인공 엉덩이관절 제품이 탄생했다. 필자도 이 제품 디자이너의 한 사람이다.

한국형 인공관절 제품은 기존의 수입 인공관절 제품에 비해 좀더 넓은 범위의 관절 운동이 가능해 쪼그리고 앉는 것이 보다 편안해졌다. 독자적인 표면 처리 기술의 적용으로 인공관절과 뼈의 결합을 더욱 빠르고 단단하게 하여 인공관절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수술 후 3~4년 동안의 인공관절 유지 상태 및 합병증의 발생을 연구한 결과 매우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그 독자적인 표면 처리 기술에 대한 연구 논문은 최근 미국 정형외과 엉덩이관절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면서 명실공히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음을 알리게 됐다.

이처럼 우수한 성능을 토대로 국내 유명 종합병원들을 포함해 한국형 제품이 사용되는 빈도가 꾸준히 늘고 있다.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 유럽, 미국으로의 수출을 통해 해외 의료 시장에서도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형 제품은 한 종류 밖에 없고 출시된 지 5년 밖에 되지 않아 장기간 축적된 평가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술을 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오랜 세월 많이 사용돼 장기간의 평가 자료가 확보돼 있는 수입 제품이 안정성 면에서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은 수입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국산 제품 입장에서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므로 철저한 추적 관찰과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그 기술적 과정과 결과를 적극적으로 국내외에 소개함으로써 경쟁력을 길러나가야 할 것이다.

때때로 수술을 상의하던 환자가 '좋은 수입 인공관절'을 써 달라는 희망을 말할 때, 필자는 머지않아 환자에게 '좋은 국산 인공관절'을 써 달라고 부탁 받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한국형 인공관절, 이제는 세계를 겨냥해야 할 때다.

이수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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