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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인사이드] 눈에 돌 같은 이물감 느껴질땐 20·30대도 녹내장 의심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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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인사이드] 눈에 돌 같은 이물감 느껴질땐 20·30대도 녹내장 의심해 봐야

입력
2010.05.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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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회사원 박모(여)씨는 아무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고 구역질과 구토 증상이 생겼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동네 내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얼마 후 박씨는 눈 속에 돌이 들어 있는 것 같은 이물감까지 생긴 후에야 안과 전문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녹내장’이었다. 백내장이나 녹내장은 노인들에게나 생기는 안과 질환이라고 알고 있던 박씨는 녹내장 진단에 당황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신경이 심하게 손상되지 않아 약물만으로 안압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3대 실명질환 ‘녹내장’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녹내장은 당뇨병성 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시력을 앗아가는 대표적인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녹내장은 백내장에 이어 전세계 실명 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을 잃는 질환이다. 주로 안압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고, 뚜렷한 전조 증상 없이 시력에 급격히 저하돼, 병을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시력 도둑’이라는 별칭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이다.

녹내장은 질환 형태에 따라 수술이나 레이저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안약을 이용한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정기적으로 시야검사와 시신경검사를 하고 치료약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녹내장으로 진단되면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평생 안약을 넣어야 한다. 일단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안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최선이다.

20~30대 젊은 환자 크게 늘어

녹내장은 흔히 노인질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어 나이를 막론하고 눈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매년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환자의 수는 2003년 23만5,000명에서 2009년 39만9,800명으로 70%나 늘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지난해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을 찾은 녹내장 환자 가운데 20대는 5,700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녹내장 환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급증하는 당뇨병과 고혈압 때문이다. 김황기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녹내장은 시신경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는 ‘빈혈’이 생겨 시신경이 손상되는 병이니,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으면 눈 부위의 혈관이 막혀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녹내장도 고혈압과 당뇨병처럼 나이가 들면 발병률이 높아진다.

컴퓨터와 휴대폰 사용이 증가하면서 고도 근시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녹내장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고도 근시는 녹내장 발병률을 3배 정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축구공 모양의 안구가 고도 근시로 인해 럭비공 모양처럼 길어지면, 안구 끝에 있는 시신경이 눌려서 쉽게 손상돼 녹내장으로 악화된다.

안과 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질병 발견율이 높아진 것도 환자수가 늘어나는 이유다. 과거에는 건강검진을 할 때 시력과 안압만 측정했다. 그러나 5~6년 전부터 시신경을 볼 수 있는 안저촬영을 추가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녹내장 발견율도 덩달아 높아졌다.

특히 한국인들은 서양인과 달리 전체 녹내장 환자의 60~80%가 안압은 정상이다. 따라서 기존의 안압 검사만으로는 녹내장 진단이 어렵다. 안저촬영, 망막신경섬유층 검사 등 정밀검사를 해야 안압은 정상인 녹내장 환자를 가려낼 수 있다.

손용호 김안과병원장은 “녹내장은 초기에는 주변시력을 담당하는 시신경 부위부터 손상돼 그다지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시력교정술을 받았다면 안과 검사를 할 때 반드시 그 사실을 전문의에게 알려야 제대로 검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한 “평소 시야가 뿌옇게 보이고 눈에 통증이 있거나 눈이 침침하고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녹내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녹내장 환자를 위한 생활습관

1. 흥분하지 말자. 녹내장은 감정의 동요로 영향을 받기 쉬우므로 마음을 편안히 하고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2. 목이 졸리거나 몸을 압박하는 옷을 입지 말자. 넥타이나 목을 죄는 옷은 상공막 정맥압을 높여 안압을 높일 수 있다. 넥타이는 약간 느슨하게 맨다.

3. 금연하자. 담배는 혈액순환을 방해해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4. 술을 줄이고 물, 커피, 차 등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말자. 수분과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혈압뿐만 아니라 안압을 높일 수 있다.

5. 어두운 곳에서 영화감상, TV시청, 독서 등을 하지 말자. 어두운 곳에서 작업을 하면 동공이 커지면서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을 막아 안압이 올라갈 수 있다.

6. 짜거나 매운 음식을 먹지 말자. 녹내장은 고혈압과 관련이 있으므로 혈압을 높이는 음식, 즉 짜거나 매운 음식을 삼가자.

7. 얼굴이 빨개지는 운동은 하지 말자. 물구나무를 서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은 안압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유산소 운동, 즉 조깅이나 자전거타기 등은 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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