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뇌졸중은 45세 이상이 걸리는 노인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뇌졸중 환자의 평균 나이가 60대 초반이고, 45세 미만 환자는 전체 환자의 8%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젊은 뇌졸중'은 '고령 뇌졸중'과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급증하는 고지혈증, '젊은 뇌졸중'의 주범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가 손상돼 발생하는 증상이다. 뇌졸중 가운데 혈관이 막히는 경우를 뇌경색, 혈관이 터지는 경우를 뇌출혈이라고 한다.
최근 급증하는 '젊은 뇌졸중'은 고지혈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고지혈증은 혈관 내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지나치게 많이 쌓여 혈관벽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혈액검사에서 총 콜레스테롤이 240㎎/㎗ 이상이거나 중성지방이 200㎎/㎗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진단한다. 대부분은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고혈압, 흡연, 당뇨병 등과 함께 심근경색, 뇌졸중, 동맥경화 등 심각한 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한 제약사의 조사결과,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43%가 발병 전에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고지혈증은 주로 고령인에서만 나타났지만 요즘은 20~30대 젊은 층 환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심의결정자료에 따르면, 20세 미만의 청소년 고지혈증 환자가 1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20세 미만에 발생하는 고지혈증은 대부분 유전적인 영향으로 인한 것이지만 서구화된 식단이나 인스턴트 음식의 과다 섭취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한 식사량에 비해 부족한 운동량이 비만으로 이어져 고지혈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고지혈증을 관리하고 심혈관과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육류나 동물성 지방, 달걀 노른자 등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올리브기름, 등 푸른 생선, 견과류 등 불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또 걷기나 조깅, 줄넘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젊은층은 경계역 혈압도 뇌줄중 일으켜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로 인한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혈관이 급격하게 노화되는 45세 이후에 발생이 급증하지만, 30대라도 혈압이 높다면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65세 이상 고령인이라면 혈압을 140/90㎜Hg 정도만 유지해도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해 뇌졸중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혈압 140/90㎜Hg의 경계역에 있는 30대 직장인이라면 분노, 당황, 고강도 업무 등 생활 스트레스로 인해 수축기 혈압이 갑자기 200㎜Hg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혈압이 경계역 근처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평상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생활습관을 고쳐 젊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혈압 관리를 해야 한다.
20~30대는 고령인에 비해 신체활동이나 사회활동이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에 교통사고나 구타 등 심한 충격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목을 심하게 돌리거나 마사지를 하다가도 뇌졸중이 올 수 있다. 이런 경우 혈관이 찢어지는 '혈관박리'일 확률이 높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배희준 교수는 "찢어진 혈관이 터지면서 지주막하 출혈이 생기고 그 부위에서 혈전이 생기면 뇌경색이 나타나는데, 이런 혈관 박리는 젊은 뇌졸중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고혈압, 당뇨 외에 희귀한 원인으로 동맥경화가 일찍 발생해 뇌졸중이 오는 경우도 있다. 가족성 고지혈증, 고(高)호모시스틴혈증, 파브리씨병 등 선천성 혈관 질환이 대표적인 예다. 대개 유전이거나 원인을 알 수 없이 선천적으로 발생한 경우다. 이외에 심장 질환, 외부 충격에 의한 혈관 손상, 혈관염, 신경계 감염 등으로도 뇌졸중이 올 수도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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