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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 1969~72년 한반도 외교문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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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 1969~72년 한반도 외교문서 공개

입력
2010.05.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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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1970년을 전후한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미국의 한반도 외교정책을 담은 ‘미국의 대외관계, 1969∼1972년, 한국편’ 외교문서를 비밀해제해 공개했다.

489쪽 분량의 문서에는 북한의 미 정찰기 EC-121기 격추사건, 주한미군 철수, 베트남전 파병, 미중 관계정상화, 1971년 대선, 72년 7ㆍ4 남북공동성명, 10월 유신 등에 대한 한미 양국의 입장과 당시의 상황을 담고 있다.

▦미 정찰기 피격사건

미국은 69년 승무원 31명이 숨진 북한의 미 정찰기 EC-121기 격추사건 당시 닉슨 대통령의 지시로 즉각적인 대북 군사보복을 검토했지만, 군사적으로 대응할 경우 북한의 노림수에 말려들 수 있고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해 포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 정찰기 격추 사건은 69년 4월14일 북한 청진 동남쪽 공해상에서 정찰중이던 미 EC-121기가 북한 미그기의 공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 승무원 31명이 전원 사망한 사건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시절 미국과의 군사대결을 직접 지휘한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닉슨 대통령은 격추 다음날인 15일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북한 요격기 이륙 비행장 공습 ▲원산항 해상봉쇄 ▲원산항 기뢰 폭파 ▲잠수정 발사어뢰를 통한 북한 군함공격 등 군사적 옵션을 국방부가 검토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중앙정보국(CIA)은 4월17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군사적 위협이나 제한적 공습으로 대북보복을 할 경우 오히려 북한이 이득을 볼 것이라며 그 이유로 ▲‘외부 위협’에 맞닥뜨린 북한 지도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하고 ▲북한주민들을 충성심으로 뭉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멜빈 레어드 국방장관도 18일 닉슨 대통령에게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경우 항공모함을 이용한 북한 비행장의 공습이 최상의 방안”이라고 보고하면서도 “그러나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결국 닉슨 대통령은 북한이 공해상에서의 미 정찰기 활동을 중지시킬 수 없으며, 유사 사태가 있을 경우 강력한 응징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29일 공해상에서의 북한 정찰 활동 재개를 지시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닉슨 대통령, ‘방중 이전 박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요구 거절’

박정희 대통령은 닉슨 대통령이 72년 2월 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단행하기에 앞서 한미 정상회담을 희망했으나 미국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으며, 대신 닉슨 대통령은 친서를 보내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 입장을 충분히 배려할 것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석달 정도 앞둔 71년 11월29일 필립 하비브 주한 미 대사에게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닉슨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으며, 따라서 이 친서를 통해 박 대통령의 민감한 태도를 누그러뜨리고자 한다. 귀하는 박 대통령과 면담일정을 잡아 한미 정상회담이 불가능한데 대해 미 대통령이 매우 유감스럽게 여긴다는 점을 설명하라”는 전문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친서를 받으면서 “미국과 중국의 긴장완화 노력이 약소국에는 예기치 않은 희생이 된다”며 그 예로 미국과 중국의 국교정상화로 대만이 입게 된 타격을 지적하고 한국도 대만과 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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