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색’은 이제 없는 색이잖아요. 그런데 신문과 방송, 대형마트에서는 버젓이 계속 쓰더라고요. 그래서 시정을 요구했는데 다행히 많은 언론과 기업들이 저희 생각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보내주셨어요.”
고교생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인종차별적 단어인 ‘살색’을 사용한 언론사와 대기업에 항의한 끝에 “바로잡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잘못된 단어를 순화해 사용해야 할 언론사 등이 아무 거리낌 없이 특정 단어를 계속 쓰는 것을 지적해 결국 ‘항복’까지 받아낸 것이다.
서울과 경기지역 고교생들로 구성된 ‘평화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의 역사모임’ 회원 5명은 “10개 중앙 일간지ㆍ경제지ㆍ인터넷 매체, 3개 지상파 방송사가 기사에서 살색이란 용어를 계속 써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난해 9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또 대형할인점과 여성 속옷업체 등 5개 기업에도 상품명과 설명에 살색ㆍ스킨색(피부색)이란 말을 쓴다며 수정을 촉구했다.
한국인 피부색을 뜻하는 살색은 2002년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외국출신 이주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인권위 의견표명 후 2005년 기술표준원이 ‘살구색’으로 그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역사모임 회원들이 ‘살색’에 대한 인권위 의견표명 직후인 2002년 8월1일부터 7년 동안 18개 언론사 보도내용을 검색한 결과 ‘살색’ 표현을 쓴 사례는 607건에 달했다. 주로 상품 소개와 영화평, 스포츠ㆍ연예 보도에서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가 지난해 10월부터 실태조사에 나선 뒤 18개 언론사와 기업 모두 ‘살색’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역사모임과 인권위에 보내왔다. 회원들은 “해당 언론과 기업이 ‘살색’이란 말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전달한 사실을 듣고 지난달 말 진정을 취하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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