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라, 카네이션아.”
카네이션 최대 성수기인 어버이날(8일)과 스승의 날(15일)이 임박했지만 일조량 부족으로 개화에 늑장을 부리고 있는 카네이션 때문에 화훼농가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밤낮으로 전깃불을 켜고 난로를 때고 심지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등 카네이션을 빨리 피게 하기 위한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이번 대목에 맞춰 출하를 못하면 종묘 값도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폭락하기 때문이다.
5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거래된 카네이션은 하루 평균 2만속(1속=20송이)에 채 못 미치며 평년 거래량보다 20% 이상 줄었다. 이상 기후로 카네이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경기 고양시 원당화훼단지에서 카네이션을 재배하고 있는 윤지영(41)씨는“예년의 경우 어버이날 물량은 2일쯤 출하를 끝냈는데, 올해는 꽃이 늦게 피는 탓에 출하 대기 물량이 많다”며 “이 때문에 배송시간도 빠듯해져 잠까지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들이 개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인공 빛을 비추는(보광ㆍ補光) 작업. 이번 늑장 개화의 주원인이 부족한 일조량인 만큼 햇빛에 가장 가까운 나트륨이 주로 이용된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문제. 3.3㎡(1평)당 설치비가 3만~5만원으로 비닐하우스 1동(300평) 당 1,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이상 저온 현상 탓에 불을 때서 온도를 높이는 방법도 동원됐지만, 요 며칠 기온이 카네이션의 최적생장온도(23~25도)까지 오르면서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 대신 생장을 돕는 이산화탄소가 주입된다. 윤지영씨는 “적당한 이산화탄소는 식물에게 보약과도 같다”며 “하우스 내 농도를 화훼단지 주변 농도(350ppm)보다 3배 가량 높은 900~1,000ppm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카네이션 생산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 카네이션 소매가격도 예년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도매가격은 예년보다 70% 가량 치솟은 상태다. 지난 2005~2009년 20송이당 평균 4,300원에 못 미치던 카네이션 가격은 올해 7,300원 수준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정문권 농수산물유통공사 절화팀장은 “요즘은 스승의 날을 휴일로 지정하는 학교들이 늘면서 어버이 날에 맞춰 물량을 출하하지 못하면 화훼농가들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