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이란이 국제적 제재 압력을 아랑곳 않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구제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개발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제재를 환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미국과 그 동맹국의 압력에 저항할 능력이 있다"며 "제재안이 유엔을 통과하면 이란과 미국 관계가 결코 다시는 개선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전날 보유한 핵무기 수치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핵폭탄을 5,000개 이상 가지고 있는 게 자랑은 아니다"고 비난했다. 또 "내가 이 곳에 온 것은 NPT가 공정하게 개정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마디네자드는 5년마다 열리는 이번 NPT 평가회의에 참석한 유일한 국가 정상이다.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장관급이 참석했다.
미국측 반응은 더욱 냉담하게 변했다. 미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대화로 이란의 핵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 더욱 회의적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브라질, 터키 등이 나서고 있는 중재 노력이 결실이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도 NPT에 서명하지 않고 있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세르 주데 요르단 외무장관 등 평가회의에 참석한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핵없는 중동'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에 소극적이었던 미국과 이집트도 비난을 의식한 듯 타협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그 동안 '특별대우'을 받아왔던 이스라엘이 NPT에 가입하게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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