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성장 호르몬(HGH)이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HGH 복용 만으로 평범한 선수가 '슈퍼맨'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아울러 확인됐다.
AP 통신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가반 의학 연구소의 조사 결과 HGH는 육상, 수영 등 단거리 종목 선수들의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반 의학 연구소는 2개월간 103명의 남녀 선수들을 대상으로 HGH가 운동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조사했다. 이 결과 HGH를 투약한 '실험군' 선수들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선수들과 비교해 육상 단거리, 사이클링에서 좋은 기록을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력과 지구력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실험군의 단거리 기록은 대조군에 비해 4퍼센트 정도가 좋아진 것으로 연구 결과 드러났다.
실험을 지휘한 켄 호 박사는 "연구 결과 100m를 10초에 달리는 선수가 2개월간 HGH를 투약했을 때 0.5초 정도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올림픽 결선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선수가 2개월간 HGH를 복용할 경우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육상 100m 결선 최하위 다비스 패튼의 기록이 10초 03, 금메달을 차지한 우사인 볼트의 기록은 9초 69였다. 연구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HGH가 근력과 지구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를 요구하는 단거리 선수들의 순발력 향상에는 큰 효과를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HGH는 경기력을 향상시키며 부상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고 소변 검사로 적발하기 어려워 2000년대 들어 스포츠계에 만연해왔다. 특히 마크 맥과이어 등 미국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복용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 만 놓고 볼 때 HGH 복용 만으로 홈런 타자나 강속구 투수가 될 수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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