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위헌 결정이 난 법률로 기소한 두 사건에 대해 1, 2심 모두 면소(免訴) 판결을 내렸다. 면소는 법원이 검찰의 공소제기에 문제가 있다며, 유ㆍ무죄 판단 없이 재판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조해현)는 2004년 5,6월 대출알선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면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9월 이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5조4항의 가중처벌 조항(공소시효 10년)을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5조4항은 200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이미 3년 전에 개정된 상태였다. '범죄처벌은 행위 시 법에 따른다'는 형법 1조에 따라 개정 이전 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현행 법으로 기소한 셈이다. 이에 1심은 "이씨에게 적용 가능한 죄목은 5조4항이 아니라, 일반 벌칙조항(공소시효 5년)인 5조1항"이라며 "하지만 이 경우 공소시효는 2009년 6월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검찰은 법 조항의 효력이 사라져도, 공소시효는 유지된다는 논리로 항소했지만, 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벌 법규의 효력이 상실됐다면 공소시효를 적용할 근거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만, 1,2심 재판부는 이씨가 법 개정 이후인 2007년 대출 알선을 해주고 금품을 받은 또 다른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또, 2004년 대출 알선을 해주고 3억6,000만원을 받아, 지난해 11월 이씨와 동일한 죄목으로 기소된 석모씨에게도 1심처럼 면소 판결을 했다. 검찰은 "헌재가 특경가법 5조4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기 1년 전인 2005년에는 합헌 결정을 한 만큼, 위헌효력은 2005년 이전까지 미칠 수 없다"는 논리를 폈지만, 재판부는 "위헌 법률조항은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단했다. 한 법조인은 "죄지은 사람에게 벌을 주려면 처벌의지뿐 아니라 처벌법률이 있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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