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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만들고 총탄 훔치고…큰일 날 뻔/ 인터넷 통해 유통나선 군수품 마니아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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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만들고 총탄 훔치고…큰일 날 뻔/ 인터넷 통해 유통나선 군수품 마니아 적발

입력
2010.05.0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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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위력의 폭탄이 터지면 손목 정도는 가볍게 날릴 수 있습니다. 총이요? 사람이 맞으면 당연히 죽죠"

경찰은 군수품 마니아 박모(30)씨의 작품과 탁월한 성능에 혀를 내둘렀다. 자칭 군수품 수집 애호가로 별다른 직업이 없는 그가 경기 연천군에 있는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하며 작품 제작에 몰두한 것은 지난해 12월. 그는 구석에 자리잡은 책상 앞에 앉아 드라이버 등 각종 공구를 열심히 놀렸고 가끔 작업이 막힐 때면 인터넷 사이트인 '유튜브'를 보고 또 봤다. '모든 것은 인터넷에 있다'는 항간의 말처럼 필요한 모든 지식은 그 곳에 있었다. 각고의 노력(?)을 다한 끝에 마침내 드라마 '아이리스' 같은 데서나 봄 직한 잘빠진 권총과 볼펜 한 자루 길이의 사제 폭탄이 마침내 탄생했다.'철컥, 철컥, 팡!'그의 완성품에서 튀어나온 콩알보다 조금 작은 탄알은 시멘트 벽 깊숙이 박혔다. 공고 출신으로 손 재주가 있었던 그가 살상 위력을 가진 작품을 완성하는 데는 수 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욱이 그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작업실 한 켠은 군수창고의 축소판이었다. 실탄 사격이 가능한 공기소총, 군용전화기, 대검, 연막수류탄, 야간투시경, 방탄헬멧과 재킷 등 언제든 실전 투입이 가능한 군수용품 300여 점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4일 사제 총기와 폭탄을 제작ㆍ소지하고 군부대 사격장에서 실탄을 훔친 혐의(군용물 절취 등)로 박씨를 구속했다. 그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연천군의 군 사격장에 침입해 실탄과 공포탄 360발을 훔쳤으며 연천 군부대 인근 고물상과 인터넷 중간 판매상으로부터 각종 군사용품을 사들였다.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자신이 제작한 사제 총기와 폭탄을 국내외에 판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서바이벌 동호회를 통해 알게 된 장모(26)씨, 고모(32)씨가 인터넷 중고직거래 장터를 이용, 박씨 작품을 유통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장씨 등은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이들이 일단 미군용 야간투시경을 유통한 사실만 포착했지만 박씨의 사제권총 역시 적극적으로 유통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실제 이들이 군사용품을 팔고, 총기 조립을 위한 부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G사 등 인터넷 쇼핑몰에는 서바이벌 용품 판매 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지난해 고양시에서 장모(29)씨가 버스를 향해 발사한 모의소총도 인터넷에서 105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인터넷을 통한 총기 구입이 어렵지 않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들 사이트의 중고장터에서는 콜트 등 유명 모의권총은 20만~30만원 내외, AK74 같은 소총은 50만~100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으며 완구용 총을 살상무기로 바꿔주는 불법 개조용 부품도 인기 품목 중 하나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박씨가 실제 총에 가까운 모의 총이 인터넷을 통해 고가로 거래된다는 점에 착안, 스스로 제작하고 유통에 나선 듯하다"며 "박씨에게 군용품을 판매한 고물상, 중간판매상은 물론 인터넷 사이트의 단순 구매자까지 끝까지 추적 수사해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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