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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위대한' 조전혁

입력
2010.05.0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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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참 대단하다. 전교조 교사의 명단 공개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판단, 법원의 공개불가 결정에 정면으로 맞서니 그 기개가 가상하다. 비록 하루 3,000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감당하지 못해 4일 자정을 기해 명단을 내렸으나, 나흘 동안 그가 법원 결정을 무시하며 전교조 교사 명단을 홈페이지에 그대로 둔 것은 보통사람이라면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배짱이다. 그의 결연한 자세에 한나라당 동료 의원들이 "조폭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릴레이로 명단 공개에 동참, '조전혁 구하기'에 나서는 모습 또한 의리가 충만해 보인다.

법원 무시한 전교조명단 공개

마치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제의 총칼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던 열사(烈士)들처럼 보인다. 30여 년 전 권위주의 정권 치하에서 고문과 옥살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위와 저항을 이끌어야 했던 학생, 재야인사들의 고뇌를 떠올리게 한다.

외양은 이처럼 처절한데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왜 그럴까. 그것은 조 의원이 과반 의석(155석)을 훨씬 넘는 169석의 거대여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힘있는 세력에 서 있는 자가 순교나 옥쇄의 몸짓을 하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 서부영화에서 힘없는 농부들을 위해 토호에 혈혈단신으로 대항하는 총잡이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보통사람들의 감성으로는 흔쾌하지 않은 그림이다.

그렇다면 본질은 어떤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전교조 명단을 학부모들에게 공개해야 하느냐는 부분과 국회의원이 판사의 결정에 승복하지 못할 경우 따르지 않아도 되느냐이다.

우선 전교조 명단 공개의 합목적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전교조가 범죄집단도 아니고 참교육과 교사권익을 위한 교사들의 결사체를 지향한다면 굳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뭐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반대로 교사의 출신대학, 지역, 가입단체 등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며 이를 공개할 경우 교사들의 서열화, 편향성 논란이 촉발돼 교육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우려 또한 수긍할 만하다. 따라서 이 대목은 논쟁이 필요하며 진지한 토론을 통해 한 번 걸러질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본질은 국회의원의 법원 결정 불복이라는 절차적 부분이다. 워낙 과문한 탓에 이번 결정의 근거인 '교육 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을 보았더니 "이 법에 따라 공시 또는 제공되는 정보는 학생 및 교원의 개인정보를 포함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제3조 2항)이 있었다. 더욱이 이 법은 2005년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의로 만들어졌다. 판사는 이 조항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전교조 가입 여부가 개인정보에 해당하느냐는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법적 쟁송에서 그 해석의 권한은 판사가 갖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 그에 동의할 수 없을 때 불복 절차, 즉 항고를 하면 되며 이 또한 헌법이 보장해주고 있다. 그러나 헌법이나 절차법 어디에도 국회의원이 판사의 판결이나 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은 없다.

상식과 법치를 초월하는 인물

더욱 손쉬운 길은 법을 바꾸면 된다. 3조 2항의 끝부분을 "개인정보를 포함한다" 내지는 "단체가입 여부를 공개할 수 있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입법권한은 헌법이 국회의원에 부여해 주고 있다. 자신에게 부여된 입법권은 제쳐두고 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이자 헌법 정신인 3권분립에 도전하는 것이고, 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법치를 부인하는 것이다.

조 의원이 이를 알면서도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간이 너무 촉박해 보수표 결집을 위한 정치적 쇼를 했다면 그나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진심으로 국회의원이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능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보통사람이 아니다. 상식과 법치를 초월하는 '위대한' 인물인 것이다.

이영성 편집국 부국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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