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9세기 바빌론 왕궁의 이야기는 18세기 프랑스 문호 볼테르의 희곡 '세미라미데'로 거듭났다. 19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는 복잡하게 얽힌 궁정 비사에 집중, 오페라로 소생시켰다. 방대한 규모에 까다로운 음악으로 해외에서도 무대와 인연이 멀었던 '세미라미데'를 본토의 연출과 배우로, 한국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다.
몬테베르디의 '포페아의 대관', 베르디의 '오텔로'와 더불어 3대 '오페라 세리아'로 꼽히는 작품이다. 15분에 달하는 장대한 서곡, 1막의 '희망과 두려움의 한복판에서', 2막의 화려한 2중창 '그 충성을 영원히' 등 낭만주의 오페라의 꽃으로 불리는 작품들이 도열해 있다. 반목과 음모 등 궁중 암투에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어두운 내용이 비극적 선율과 어우러진다. 장엄한 음악에 화려한 볼거리가 운을 맞추는데, 로마 시대의 저택을 연상케 하는 세트에 갖가지 조각 형상들이 어우러진다.
타이틀 롤에 스페인의 소프라노 마리올라 칸타레로, 앗시리온의 장군 아르사체 역에 루마니아의 메조 소프라노 카르멘 오프리사누, 세미라미데의 옛 애인 아수르 역에 이탈리아의 베이스 파울로 페키올리 등 3명의 주역이 기량을 과시한다.
특히 칸타레로는 스페인의 전설적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에 필적한다는 의미로 '제2의 카바예' 혹은 '스페인의 국민가수'로 통한다. 화려한 색채 감각과 정교하게 계산된 소품 등으로 '피치 스타일'이라는 독자적 오페라 연출 기법을 완성한 장본인 루이지 피치가 연출을 맡았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반주,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합창을 담당한다. 13, 15, 16,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7-1950~2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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