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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출구전략의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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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출구전략의 타이밍

입력
2010.05.0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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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는 유난히 추운 날이 많고 날씨도 변덕스러웠다. 세계 경제도 그리스를 비롯한 PIIGS 국가들의 재정적자 문제로 불안정한 봄 날씨를 닮았다.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언급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제는 출구전략을 언제 사용할지가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 동안 위기관리를 위해 어떤 정책을 썼는지 돌아보는 것이 출구전략의 내용을 정하고, 경기회복의 어느 단계에서 사용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 될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관건

경제위기 속에서 각국 정부는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아울러 사용했다. 경제위기의 진원인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 금융이 이뤄졌고, 채무자들의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했다. 한편 경제위기 여파로 실업자가 대량으로 생기고 투자 수요도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요 창출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시행됐다. 경제위기 관리가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금리 정책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출구전략은 당연히 두 분야의 정책 변화를 의미한다.

먼저 국내 재정지출을 살펴보면 이미 출구전략이 시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올해도 재정지출이 수입보다 크다는 점에서 확장적 기조는 유지되는 셈이지만, 4대강 사업 등의 국책사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1회성 재정지출 계획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한 건설업 지원은 정책 당국의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다. 감세정책 시행은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장기적인 정책으로 확장적 재정정책과 무관하다. 따라서 재정정책 면에서 출구전략은 이미 집행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요즘 주로 논의되는 출구전략은 낮게 유지해 온 기준금리를 언제 올리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경기의 순환과 금융시장의 위험이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살펴보자. 국제결제은행(BIS) 사무국장(general manager)을 역임한 앤드루 크로킷은 금융시장의 위험이 축적되는 경로에 대해 직관적인 설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경기하강 국면에서 나타나는 위험은 경기상승 국면에서 해서는 안 될 투자를 한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해도 좋은 투자가 갑자기 경기가 나빠진다고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의 축적과 노출 과정은 금융시장 출구전략의 시점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는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선제적 출구전략은 경제 주체들이 수익성 없는 투자를 감행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함으로써 경기하강 때 발견될 위험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선제적 조치로 위험 억제를

물론 경기가 정점 근처에 이르렀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어려움이 기다린다고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경기 변동은 단순히 외생적 요소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외생 변수에 대한 통제는 어차피 정책 당국이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경기가 다시 하강하는 경우 금리를 낮출 여지가 있다면 경기 하강을 완충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이미 금리가 바닥에 있다면 그런 정책적 수단을 쓸 여지조차 없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이미 국내 경기회복 신호가 들리기 시작한 지 수개월이 지난 만큼, 더 이상 경기 활성화를 기다리기보다는 신속한 금리 인상을 통한 위험 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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