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 방정환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ㆍ청소년의 절반 이상(56.1%)이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건강하지 못하며(25.5%), 소속감도 느끼지 못하고(18.3%), 외롭다(16.7%)고 말했다.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27%로 그리 높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 아이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공부다. 친구 없이 초등학교 때부터 오로지 입시공부에만 매달려야 한다. 15~24세 청소년 고용률이 22%에 불과할 정도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일할 곳도 없다. 그나마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에 최저 임금도 못 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곳곳에 어린이 대상 유괴ㆍ성폭력 등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고, 학교 폭력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 등교하기가 겁난다. 2008년에도 1만명 가까운 어린이들이 실종됐다. 부모의 이혼과 실업 빈곤으로 사실상 '버려진 아이들'도 전체 아동의 15%가 넘는 102만6,000명(2008년)이나 된다. 이 중 열에 아홉은 누구로부터도 보살핌과 교육과 의식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루저'파문이 말해주듯 매스컴이 부추긴 우리 사회의 그릇된 외모지상주의는 아이들을 키와 몸무게 스트레스에까지 시달리게 만든다. 이런 가정과 학교ㆍ사회환경이니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65.1점)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꿈을 자유롭게 펼치기보다는 자나깨나 입시공부와 직업, 외모를 고민해야 하는 아이들, 이런 고민마저 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이 있는 한 우리사회는 행복할 수 없다.
다시 어린이날이다. 오늘도 전국의 놀이시설이나 공연장 백화점 음식점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로 넘쳐날 것이다. 물론 어린이들에게는 작은 행복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남은 364일 가정과 사회가 어떻게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느냐다. 어른들에게는 그것을 위한 제도와 환경과 자세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날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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