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신화다오(小心滑倒)'. 우리말로 하면 '미끄럼 주의'라는 의미의 중국어 안내문이다. 영어로 하면 'Be careful, Slippery'쯤 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Slip and fall down carefully(조심해서 넘어지세요)'로 표시해 놓았다. 엉터리 중국어식 영어인 '칭글리시'가운데 하나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중국 상하이 언어사용관리위원회가 상하이 엑스포에 대비, 2년 전부터 우스꽝스런 칭글리시 퇴치운동을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튀긴 소시지'(Fried Sausage) 요리를 버젓이'튀긴 관장'(Fried Enemaㆍ에너마는 관장이라는 영어단어로 항문을 통해 약을 장내에 주입하는 일)요리로 잘못 표기한 메뉴판 등을 비롯, 1만여개의 거리 표지판도 바로 잡혔다. 위원회측은 이번 운동을 벌이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시당국이 관광명소인 '민족공원'을 'Racist Park(인종차별주의자공원)'으로 적어놓은 표지판 등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사례들을 참고했다.
칭글리시 퇴치운동은 칭글리시를 지켜본 외국인들이 낄낄거리며 웃는 것을 중국인들이 수치스럽게 여기면서 비롯됐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정서와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칭글리시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시각도 있다. 칭글리시 전문가인 독일인 올리버 루츠 라트커는 "모든 표지판을 표준화하면 공원을 거닐며 낄낄거릴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중국인의 정서를 들여다 볼 창을 잃게 된다"고 촌평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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