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할 축구대표팀 예비 엔트리 30명이 발표되면서 '허정무호(號)'의 유쾌한 도전이 시작됐다. 허정무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개막 50여 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 모두 사고를 칠 준비가 돼 있고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유쾌하게 도전하겠다"며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허 감독의 출사표가 마음에 와 닿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이 7회 연속 본선 진출이지만 항상 본선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려 왔던 게 사실이다. 물론 이번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본선에 나서는 32개국 중 한국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FIFA랭킹 47위)이 속한 B조를 봐도 그리스(12위), 아르헨티나(7위), 나이지리아(20위)가 FIFA 랭킹에서 우리보다 앞선다.
한국이 1승 제물로 생각하고 있는 그리스도 FIFA 랭킹이 12위나 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우리보다 낫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허정무호가 16강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리스와의 1차전이 관건이다. 한국은 초반에 부진했다가 경기를 하면서 몸이 풀리는 스타일로 역대 월드컵에서 안타깝게 탈락한 적이 많다. 비록 그리스가 강팀이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야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전도 부담감 없이 잘 치러낼 수 있다. "처음부터 두려움과 긴장감, 지나친 부담감을 갖지 않을 것이다. 이번 본선에서는 당당하고 유쾌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 허 감독의 말대로만 된다면 승패를 떠나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레 위축될 필요는 없다. 허 감독이 '열정과 투혼,특유의 응집력'을 우리의 고유한 경쟁력으로 꼽았듯 개인 기량은 뒤처질지 몰라도 11명 팀으로 뭉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나뭇가지 하나는 부러뜨릴 수 있지만 열 개를 묶어 놓으면 다른 얘기다. 그런 면이 우리 팀의 강점"이라고.
허 감독 개인적으로도 남아공월드컵은 의미가 각별하다. 2000년 대표팀 감독에서 불명예 퇴진한 허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98년 프랑스월드컵 차범근 감독 이후 12년 만에 한국인 감독으로 벤치를 지키게 된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이나 2006년 독일월드컵을 이끌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본선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한국인 감독으로서는 본선 승리가 전인미답의 영역이다. 따라서 허 감독이 이번 월드컵에서 1승을 거두며 명예회복을 한다면 허 감독 개인적으로도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허정무호의 16강 전략은 특별할 것이 없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팬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뜨거운 성원이다. 우리에게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다. 국민이 함께 뛰어주는 게 최고의 전략"이라는 허 감독의 말처럼 5천만 국민이 한일월드컵 때처럼 하나로 똘똘 뭉친다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이제는 본선에서의 한 경기 한 경기 승패에 연연해 하지 말고 록 페스티벌처럼 선수 및 팬들이 다 같이 즐겼으면 하는 것이다. 성적을 떠나 유쾌, 상쾌, 통쾌하게 남아공월드컵이 마무리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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