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업을 하는 데 버젓이 카메라를 설치하러 인부들이 왔습니다. 기분도 우울한데 한 아이가 '선생님 나 저거 뭔지 알아요'라면서 '저거 감시카메라 맞죠, 우리 엄마가 다 말해줬어요'라고 합니다." 서울의 모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까지 우리를 감시 받는 존재로 알아 눈물이 났다"며 한 유아교육 사이트에 올린 하소연이다.
서울시가 서울형 어린이집의 보육상황을 부모에게 실시간 영상을 제공하는 IPTV(인터넷망을 통한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에 대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자녀보육 불신감 해소와 아동인권침해 예방명분으로 학부모에게 IPTV를 통한 CC(폐쇄회로)TV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보육교사와 일부 학부모의 반발은 물론 인권시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학부모 30여명은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는 훔쳐보기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진 뒤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서를 냈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보육서비스를 국공립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일정자격을 갖출 경우 서울시가 인증하고 일정한 지원도 하는 일반 어린이집이다.
서울시가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해 동영상을 TV와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IPTV 시스템을 서울형 어린이집에 설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올 4월 현재 전체 서울형 어린이집 2,025곳 중 540곳(26.6%)은 이미 설치운영 중이며 1,188곳(59%)도 설치신청을 한 상태라 올해 말이면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이를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IPTV를 본격 설치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감시카메라'로 여기는 보육교사들이 서울시 검색포털과 보육정보센터 등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한 보육교사는 "교사도 인권을 가진 인간인데 선생님과 부모가 서로 의심하며 산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남는 게 뭐냐"며 "교사생활 10년 동안 요즘처럼 전공을 후회한 것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수업 중에 학부모가 전화를 하는 등 참견과 간섭이 늘었다"는 보육교사도 있었다.
내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 지 집에서도 볼 수 있어 학부모들이 모두 찬성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난달부터 서울형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긴 맞벌이 부부 A씨는 "솔직히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를 보고 다른 아이들 부모들이 '함께 놀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특정질환을 앓거나 교사도 통제가 어려운 산만한 자녀를 둔 학부모는 IPTV 설치로 어떤 불이익을 받을 지 몰라 전전긍긍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전원이 모두 원할 경우 시스템을 설치하고, 지정 시간대(2시간)만 방영해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자녀가 뭘 먹는지 가장 궁금해 하기 때문에 급식시간 대 방영요구가 가장 많다"며 "한 달 시스템이용료 5,000원도 별도로 받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은 부모는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말과 달리 보육교사의 동의가 반강제적인 곳이 많은 데다 학부모 의견은 묻지도 않아 문제 소지가 적지 않다. 특히 어린이집 원장이 교사들에게 사인을 강요한 정황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 보육교사는 "(원장이) 종이 한 장을 회람시키면서 사인하라는 데 그게 어떻게 내 의지로 한 것이냐"고 불평했다. 한 서울형 어린이집 원장은 "서울형으로 지정되면 교사 인건비와 시설보수 비용 지원 등 혜택이 많다"며 "처음에 시스템 설치를 꺼렸더니 시 직원으로부터 '평가에서 점수 잘 받을 자신 있으면 설치 안 해도 된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 개소 후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하는 CCTV 관련 진정접수는 67건뿐 이지만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는 상담건수는 상당히 많다"며 "현재 이와 관련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애매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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