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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인생' 마감하는 운군일씨 "함께사는 세상 만들고파, 33년간 사랑 이야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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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인생' 마감하는 운군일씨 "함께사는 세상 만들고파, 33년간 사랑 이야기만…"

입력
2010.05.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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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이었던 어린 시절 본 '박서방' '봉이 김선달' '이 생명 다하도록' 등의 영화를 50년이 다 됐는데도 그는 척척 읊어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눈물을 빼며 읽은 심청전이 그에게 어렴풋한 꿈을 심어줬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965년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를 보며 "나도 저렇게 해 봐야지"라며 꿈을 키웠다. 오는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도 드라마 제작 현장을 진두 지휘하는 33년차 드라마 PD 운군일(58)씨를 1일 오후 SBS 일산 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일일이 셀 수가 있나. 직접 연출한 작품만 수십 편이고, 기획한 것까지 하면 수백 편이지." 1977년 TBC(동양방송)에 드라마 PD로 입사해 1980년 KBS, 1991년 SBS로 자리를 옮긴 후 지금까지 그는 줄곧 드라마 PD였다. 그 동안 강수연 채시라 최수종 고현정 최재성 변우민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그는 '스타PD'와 함께 '스타 제조기'라는 수식어도 함께 달고 다녔다.

그의 인생 최고의 가치이자, 그가 연출하는 드라마의 변함없는 테마는 '사랑'이다. 그래서 그는 따뜻한 드라마를 주로 만들었다. 꼴찌들의 삶을 다룬 1981년 작 '꼴찌만세'를 시작으로 '고교생 일기' '사랑이 꽃피는 나무' '두려움 없는 사랑' '꿈의 궁전' '황금신부' 등 그의 대표작에는 "만물을 사랑하고 매사에 감사하라"는 그의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사랑을 "공존하는 법"이라고 정의하는 그는 꼴찌, 라이따이한, 심신 장애인 등 소외된 이들을 주인공으로 다루며,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천착해왔다. 정년퇴임을 두 달 앞두고 극본과 연출을 동시에 소화한 기부 드라마 '사랑의 기적'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극본료를, 배우는 출연료를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청각 장애인인 남자 주인공과 사채 빚에 시달리는 여자 주인공이 서로 사랑하며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33년간 드라마 PD로 외길 인생을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그는 "한 컷 한 컷이 모여 한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 매 순간이 모여 일생이 되는 삼라만상과 너무 닮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인생을 즐기고 일을 즐긴다"며 "항상 지극정성을 다해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고, 후회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달려오다 보니 결승점에 다다랐지만, 결승점은 또 다른 시작"이라며 "평생 드라마를 연출하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청소년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법,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불어 잘 사는 법,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 등을 제시하는 가족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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