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성수여고 교사들이 박봉에서 매달 1만원씩을 떼어 그 돈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도와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06년부터 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재학생 20~30명씩 뽑아 형편대로 20만원씩도 주고 30만원씩도 줘왔다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전통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질 모양이다. 이 학교 오인식(56) 교감은 3일 "올해는 정교사 42명 전원은 물론, 기간제교사 6명과 원어민 교사 1명까지 마음을 보탰다"고 말했다. 올해 교사 장학금 수혜자는 모두 30명으로, 각 20만원씩 받게 된다고 한다.
교사들은 그 해 기금으로 장학금을 준 뒤 자투리 돈을 적립해왔는데, 이 다사로운 이야기에 퇴직 교사와 학부모의 동참도 이어져 그 돈이 어느새 600만원이 넘어섰다. 그래서 올 스승의 날에는 정례 장학금 외에 급식비나 교재비, 대학 등록금 등의 일부도 지급할 수 있게 됐다며 교사들은 들떠있다. 오 교감은 "선생님들이 주는 장학금이 개별 학생들에게 물질적으로 얼마나 큰 보탬이 될지는 모르겠다"며 "다만 아이들이 힘들 때 우리의 관심과 정성을 기억하고 마음을 다잡아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의 기둥으로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교사들의 제자사랑에 학생들도 화답했다. 성수여고 재학생들이 지난해 12월부터 동전 모으기 운동을 벌여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50가구에 쌀과 생필품을 전달하더니 최근에는 같은 학교법인인 성수고 학생들도 모금운동을 벌여 소외된 이웃들을 돕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올 스승의 날에는 춘천 낙원동 어르신 150명을 학교로 초청해 경로잔치도 열 참인데, 학부모들도 여럿 이미용ㆍ목욕봉사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눔 바이러스'가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제40차 라디오ㆍ인터넷 연설에서 이 학교 교사들의 제자사랑 사례를 소개하며 "제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치하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