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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60주년 기념 전적지 답사 책 출간하는 로버트 쾰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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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60주년 기념 전적지 답사 책 출간하는 로버트 쾰러 씨

입력
2010.05.0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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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둘러본 외국인들이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꼽는 데가 어딘지 아세요? 경복궁, 경주, 제주도와 함께 대표적인 관광지죠. 한번 맞춰보세요."몇 년 째 일삼아 한국전쟁 전적지를 답사하고, 그 장소들에 얽힌 전쟁의 참상을 소개하는 책 출간을 준비중인 로버트 쾰러(36)씨. 그는 짓궂게 웃는 얼굴로 기자의 질문을 앞질러 대뜸 그렇게 질문했다.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그는 "답은 나중에 알려드리겠다"며 뜸을 들였다, 유창한 한국어로.

그는 외국인 대상 한국문화컨텐츠 기획사인 서울셀렉션의 월간 영문잡지 편집장이다. 한국에서 산 지 올해로 14년째. 미국 뉴욕 출신으로 명문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쾰러씨는 졸업 후 학교 게시판에 붙은 공고를 보고, 1997년 경북 문경의 한 학원 영어강사로 입국했다. "후한 인심이 마음에 들어 한국에 눌러 앉았어요. 동북아 지역에 관심이 있어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을 다녔고, 광주대 영어강사, 신문사 번역 등을 하다 2006년 친구 소개로 서울셀렉션에서 일하게 됐죠."

한국전쟁 전적지를 찾아 다닌 이유를 묻자 한국전쟁이 미국에서는 잊힌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승리한 2차 세계대전이나 패한 월남전 모두 영화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데 한국전쟁은 그렇지 않아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시대의 산물인 이 전쟁을 미국민들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년 전부터 여행을 겸해 다녔는데 지난 해 9월부터는 카메라를 매고 거의 주말마다 본격적으로 찾아 다녔다고 했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인 올해 책을 내고 싶었어요."

가장 먼저 간 곳은 강원 화천. 일제가 대륙침략을 위해 1944년 완공한 화천댐과 화천수력발전소가 있는 전략 요충지다. "원래 38선 이북에 위치했으나 1951년 4월 화천전투 때 한ㆍ미연합군이 수복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중공군 수만 명을 생포한 뒤 이승만 대통령이 화천저수지를 파로호(破虜湖)로 바꿨어요. 오랑캐를 물리친 호수란 뜻이죠."

그는 미 해병대와 인민군이 치열하게 싸웠던 경북 왜관 다부동 전적지, 전세 역전의 발판이 된 인천상륙작전 현장 월미도, 이승만 대통령이 임시로 머물며 한미행정협정(SOFA)의 전신인 대전협정을 체결한 충남지사 공관, 한국전쟁의 배경을 이해하려고 해방 전후 사상 갈등문제를 겪은 전남 보성(벌교) 여수 화순지역 등도 답사했다. 미군이 300여 명의 양민을 학살한 충북 노근리 현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쾰러씨는 전쟁 세대의 희생은 매우 안타깝지만,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세대 번영의 계기가 앞선 세대의 희생 때문이라고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전적지"라며 "한국과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가 희생돼 대한민국이 강대국으로 발돋움했다"고 강조했다.

화천 인민군사령부 막사 사진을 보여주며 쾰러씨는 관리 실태를 지적했다. "6.25 당시 인민군 생활상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의 상징인 오각별이 새겨진 시멘트 기와로 건축된 군사시설물이에요. 그런데 정전 이후 1960~70년대 한국군이 피복 수선소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한 뒤 방치하다 2002년에야 문화재로 등록했어요. 너무 소홀히 한 거죠."

주위의 외국인들은 전적지를 가고 싶어도 전쟁기념관 등 유명한 곳을 제외하면 정보가 없어 갈 엄두를 못 낸단다. 그는 "한국이 전적지를 너무 홀대하는 것 같다"며 "지나친 상업화는 경계해야겠지만 프랑스나 독일처럼 역사적인 명소로 가꿔 사람들이 찾아 오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답을 꺼냈다. "바로 JSA(공동경비구역)예요. 남북분단 현실, 냉전의 산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JSA가 가장 인기 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죠."

그의 책은 이 달말 출간을 목표로 현재 마무리 편집작업이 한창이다. 책 제목은 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하지는 못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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