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과 北中정상회담 예상의제는
3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은 천안함 사고에 대한 방어막 확보와 경제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3,4일 정도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의 중국 체류 기간은 지난달 30일 열렸던 한ㆍ중 정상회담 직후이고 한국 정부의 천안함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이전이다.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천안함 사고와 관련한 북한의 의혹을 제기한 사실에 큰 부담을 느낀 듯하다. 천안함 사고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당사자인 한국이 이 문제를 중국 측에 공식 거론하자 북한은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압박 분위기가 고조되는 등 국제여론이 심상치 않은 점을 북한도 간파한 것 같다"며 "최우방인 중국을 활용해 천안함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김 위원장의 방중은 3월 말에서 4월 초가 유력시됐다. 4월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의중을 중국측에 전달하고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논의의 틀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방중이 무산되면서 김 위원장의 중국행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이런 이유에서 김 위원장이 후 주석과의 만남을 서두른 데에는 천안함 사고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고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
김 위원장이 북핵 6자회담 문제를 활용해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정세의 실타래를 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령 2008년 12월 이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6자회담의 전격 복귀 선언은 회담 재개를 조속히 바라는 미국과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6자회담 재개는 천안함 사고와 별개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비핵화가 전제된 김 위원장의 결단만 있다면 상당한 인센티브를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김 위원장은 달러 위조 논란으로 촉발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본격화하던 2006년 1월 방중해 6자회담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후 주석에게 전달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천안함 사고, 금강산부동산 몰수 등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6자회담 복귀 선언은 북한에 쏠리는 의혹의 시선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북중간 경제협력 논의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이 이날 방중 길에 북중 경제협력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른 다롄(大連 )을 경유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화폐개혁 실패로 극심한 경제난과 함께 체제 존립까지 위협받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중국에 적극적인 투자와 경제 원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약속한 경제 지원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재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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