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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생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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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생강나무

입력
2010.05.0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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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꽃은 꼭 산수유꽃처럼 생겼다

무슨 긴한 것을 나누듯

작고 노란 꽃잎들이 에둘러 앉은 모양새가 꼭 같다

생강나무가 산수유가 아님은 나뭇가지를 분질러보면 안다

부러진 부위에서 싸하게 번지는 생강 내음

가지를 분지르면 노란 애기똥이 묻어나오는 애기똥풀이란 꽃도 있다

이 고요한 식물의 세계에도

얼굴 하나만 가지고 제 이름값을 하는 연예인 같은 꽃들이 있는가 하면

제 가지를 부러뜨려야만 저를 드러낼 수 있는 자해공갈단 같은 꽃들이 있다

● 꽃 보려고 아침에 일찍 깨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어나면 근처 산 아래 공원으로 나갑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 틈에 끼지 못하면 견딜 수가 없다는 듯이 새들은 다 깨어서 난리법석이죠. 꽃들도 지지 않고 야단입니다. 먼저 핀 놈들, 이제 막 피는 놈들, 아직 덜 핀 놈들. 이게 다 뭡니까? 한민족 고유의, 말하자면 냄비 근성입니까? 그렇다면 오월 새벽, 산 아래 공원의 냄비 근성은 권장할 만하군요. 연예인 같은 꽃들과 자해공갈단 같은 꽃들 사이에서, 좀 어색한 듯, 익숙한 듯, 안달이 난 채로 선 제 마음도 단숨에 달아오르네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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