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장 선거를 목전에 둔 서울대가 일부 후보자의 논문 이중게재, 연구비 이중수령 등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총장 선거가 3일이어서 추후 윤리위의 조사결과에 따라 선거결과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위원회를 소집해 차기 총장 후보자 3명의 연구윤리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자체 검증에 앞서 연구윤리 관련 부분을 학교에서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총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후보자 전원을 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과 같은 연구 부정행위를 전담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2006년 만들어졌으며, 총장 후보 검증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는 오연천(59) 행정학과 교수, 오세정(57) 물리천문학부 교수, 성낙인(60) 법학부 교수 등 후보자 3명의 연구윤리 실태에 대한 조사를 이르면 6월 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오연천 교수는 1987년부터 2001년까지 발표한 논문 가운데 총 5건 11편이 학술지와 간행물 등에 이중으로 실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일부 의혹을 시인하고 "과거에 학계에 원칙과 기준이 없던 시기에 진행된 일"이라며 일부 논문을 철회한 바 있다.
성낙인 교수는 95년부터 2002년까지 발표한 논문 가운데 총 5건 10편을 이중 게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재정경제부 용역 보고서와 유사한 논문을 학술지에 실어 연구비를 이중으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위원회는 아직까지 제기된 의혹이 없는 오세정 교수의 연구실적 전반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시작된 후보자 검증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서울대 총장은 교내 선거에서 1, 2위를 차지한 후보를 교과부에 복수 추천해 교과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차기 총장 임기 시작 전에 최종적으로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차기 총장의 임기는 7월20일 시작된다. 이 때문에 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라 임명 직전까지 후보자 적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그간 후보 세 명 중 두 사람에게 의혹이 집중되다 보니 교수들 사이에서는 혹 네거티브선거운동으로 비칠까 봐 이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했는데, 위원회 조사가 자칫 후폭풍을 몰고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문대 한 교수는 "애초에 총장초빙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세 사람으로 추려 선택의 폭을 제한한 것 자체가 문제 아니었냐"며 "법인화를 앞둔 상황에서 중책을 맡을 총장을 뽑는데 논란이 되기 전에 총장초빙위에서 미리 충분한 검증을 했거나, 후보자를 폭넓게 정했다면 이런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의혹이 제기된 논문 대부분이 공식 학술지와 교내 논문집에 동시에 게재된 것이라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교내 논문은 정식 연구논문이 아니고 교외로 노출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연구실적 부풀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 지정 연구윤리정보센터의 이상욱 위원(한양대 철학과 교수)은 "교내 학술지에 자신의 글을 다시 게재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글의 출처를 인용하도록 정한 것이 학술단체협의회와 교과부의 지침"이라며 "적절한 인용을 하지 않고, 논집이나 학회지를 발간하는 단체의 공식적인 허용이 없었다면 이는 연구윤리 차원에서 문제가 되고, 당연히 이중게재"라고 잘라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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