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시장가치, 매출, 순익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2,000개 선도 기업순위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까지 3위였던 도요타가 357계단 떨어진 360위로 추락한 것. 신화가 사리진 것이다. 불과 며칠 뒤에 도요타는 또다시 북미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003년형 '세쿼이아'5만대의 리콜을 결정했다.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가 100일째를 맞았다. 그동안 도요타는 렉서스 등 고급차부터 대중 브랜드인 캠리, 친환경 차량인 프리우스 그리고 SUV 랜드크루저까지 리콜 목록을 늘려가고 있다. 아직 진행형이다. 이처럼 도요타 품질 신화가 깨지면서 그 파장은 세계 자동차 산업은 물론 타 제조업체, 서비스업체까지 미치고 있다.'도요타 따라하기'가 순식간에 '반면교사의 도요타'로 변한 것이다.
도요타 사태는 1월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속 페달 결함으로 230만대를 리콜하면서 시작됐다. 2008년 12월 26일 텍사스주에서 도요타 아발론의 전복사고가 이전과는 달리 바닥 메트가 아니라 가속 페달 결함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1위 업체가 리콜 암초를 만나자 각국 자동차 업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의 업체가 올해 시장 전략을 급하게 새로 짜고 틈새를 노렸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100년만의 불황이라는 침체를 만났던 각 업체들은 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인 것. 실제로 도요타에게 세계1위의 자존심을 구겼던 GM과 포드 등은 북미 시장에서 대당 4,000달러에 이르는 파격적 할인 혜택으로 미국 시장에서 지난달 전년동기 대비 판매율을 30% 가까이 끌어 올렸다.
도요타도 맞불 작전에 나서고 있어 일부에서는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 최근 르노-닛산과 다임러간 제휴 등 업체마다 살아남기 위한 협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불황의 승자'인 현대ㆍ기아차, 폴크스바겐 등은 품질을 알릴 기회로 활용하는 등 장기 포석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와 경쟁 격화로 도요타처럼 대부분의 업체가 '싼 부품'을 글로벌 시장에서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다음 독배를 마실 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또 하나는 전자 부품문제다. 최근 자동차에는 각종 첨단 장치가 늘어나 전체 부품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도요타처럼 전자 장치로 인한 안전문제가 제기될 경우, 어떤 업체도 명확하게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유럽의 한 자동차 업체 임원은 "잘못하다간 비행기를 탈 때처럼 자동차 승차시에도 안전을 위해 휴대폰 전원을 끄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자동차에 탑재되는 전자 부품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여서 모든 자동차 업체가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도요타 사태는 작은 품질 결함이 수십 년간 쌓아온 기업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며 "결국 기업은 품질이라는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