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전반 시험대… 北서해위협 등 고려 예산 재조정 필요"
천안함 침몰로 군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서해 경계 태세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군의 전력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북한의 소행이라면 자위권을 어느 선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과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간 대담을 통해 이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봤다. 특히 해군 출신으로 참여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지냈던 윤 전 장관이 이번 사태 이후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 대담은 지난 달 28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_천안함 침몰 이후 초기 대응은.
윤 전 장관="바다에서 한밤 중에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원인을 바로 알기 어렵고 또 갑자기 침몰하면 함장이 지휘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특히 이번은 (정전 등으로) 함상에서의 지휘 체계를 잃어버린 굉장히 특수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함 절차를 최대한 지켰고 구조하는 데도 상당히 노력을 많이 했고 선체 인양도 상상외로 빨리 진행됐다. 정부 역시 신속하게 회의를 소집하면서 신중하고 차분하게 대처했다. 배가 침몰한 것을 찾고 건지는 것도 간단치 않다. 가뜩이나 조류도 셌다.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이제는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사후 대책을 논의할 단계다."
김 위원="사실 곳곳에 차질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정부가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았고 과학적 증거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차분한 입장을 개진한 뒤 실제로 그렇게 대처했다."
_군이 새떼를 적으로 오인해 포를 쏠 정도밖에 안 되나.
윤 전 장관="그건 군사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견해 차이다. 과거 1960, 70년대에 대간첩 작전하다가 새떼를 보고 북한 간첩선으로 오인해 엄청 (포를) 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레이더에 잡히는 표적에 대한 분석이 굉장히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아군 함정이 침몰됐으니 당연히 쏠 수밖에 없다. 군이 안고 있는 특수 환경에서 그렇게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다."
_해군의 늦장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김 위원="해군의 구조함 소해함이 늦게 도착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해군 안을 들여다보면 구조함이 2척이다. 각각 38년, 49년 됐다. 해군에서 교체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도 예산 제약으로 안됐다. 소해함은 9척인데 동ㆍ서ㆍ남해에 고루 배치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해서 안 됐다. 해군이 언론에서 제기한 것만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은 예산 문제다. 자꾸 해군에만 뭇매를 가해서는 안 된다."
_예산이 문제라면 대양 해군 기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김 위원="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해에서 해군의 역할과 작전 등에 대한 총체적 논의가 일어날 거다. 일각에서 해군이 앞마당에 들락거리는 북한 잠수정을 못 잡으면서 수조 원씩 투자해 대양 해군으로 가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비판이 있어 해군으로서는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이게 앞으로 해군 발전 방향의 큰 기로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군은 둘 다 추구해야 한다. 대양 해군으로 가는 길도 계속 가고 서해에서의 완벽한 방어 태세 구축에도 투자해야 한다."
윤 전 장관="서해에서 군사적 충돌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게 60년대 중반이다. 북한이 해안포를 쏘기 시작하고 지리적 이점을 군사적으로 활용했다. 우리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대비책을 좀더 다양하게 구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숲을 봐야지 나무만 보다 보면 시행착오가 생긴다. 범인이 빨간 모자를 썼다고 해서 모두가 빨간 모자를 쓴 사람만 찾아 다니면 범인은 흰 모자를 쓰고 달아난다. 첫 출발을 잘못하면 문제가 크다. (북한의) 수중 공격으로 판단된다면 (그걸 완벽히 막기 위해) 엄청난 국방 예산이 든다. 가장 적절한 돈을 들여 적절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 위원="국방 재원, 투자 우선 순위에 대한 재검토와 재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위협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 휴전선이 민감한 지역이지만 지금은 휴전선보다 서해가 더 첨예한 현장이다. 그렇다면 서해에 대한 평가가 우선시돼야 한다."
_해군 예산이 육군에 비해 많이 적은가.
김 위원="그건 총체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육ㆍ해ㆍ공군과 해병대 당사자들은 각기 자군의 이해 틀 속에서 보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재래 군사력에 대비하는 군사력도 갖춰야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지였逾?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방향이 나온다. 머리 숫자, 병력 숫자에 의존하는 군대에서 과학화 첨단화 장비화 테크놀로지 위주의 군대로 가야 한다. 또 장거리 투사력의 한계가 더 넓어져야 한다. 육군이 중요하고 중심군이지만 상대적으로 타군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게 큰 그림이다. 물론 그 안에서 조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윤 전 장관="북한의 주 위협은 지상군이다. 이를 입체적으로 해ㆍ공군의 전력 강화로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국군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새로운 전략 전술 개념을 도입해도 안보가 괜찮은지, 특히 종심(縱深ㆍ전후방 간 거리)이 짧으면 많은 병력이 몰려올 때 어떨지가 딜레마다. 당면한 북한 위협에 대처하면서 주변국 위협을 관리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그런데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통일 이후에 우리가 많은 예산 들여 주변국에 대비해 군사력을 증강한다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주변국에 대해) 제한된 억지력이 중요하다. 양(量) 대 양, 이렇게는 불가능하다. 결국 해ㆍ공군의 역할이 무척 크다. (현재) 무턱대고 (주변국의) 많은 위협이 있을 거라고 하는 것은 통일 이후를 생각하면 우리 국력이 감당하기 힘들다."
_군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는데….
김 위원="중ㆍ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군의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국민의 시각에서 고쳐야 할 점이 뭔지 짚어야 한다. 자군 이기주의와 군복 색깔에 따른 예산 경쟁, 사관과 비사관 등 출신에 따른 이질감 등 군 스스로 일체화해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뻔히 알면서도 정치적 파장 때문에 손대지 못하는 예산 낭비 요인을 찾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또한 당면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는 군사력을 갖고 있는지 점검하고 미래 안보 수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_북한의 소행이라면 어떻게 대응하나.
윤 전 장관="정부가 초기 대응을 인내심 갖고 잘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단호하게 해야 된다든지, 느슨하게 해야 된다는지 이런 차원을 떠나 원인 행위자가 밝혀지면 복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응 수단은 군사만이 아니라 정치 외교까지 신중히 생각해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 상당히 복합적 고려가 필요하다."
김 위원="조화와 균형이라는 말로 함축될 것 같다. 북한의 소행일 경우 최고 결정권자는 두 가지 선택으로 고심할 거다. 북한이 자꾸 도발하는데 무대응은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어 허용할 수 없다. 반면 우리가 이룩한 경제적 번영과 안전을 지켜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충될 수 있는 두 가지 원칙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결국 죽음보다 더 깊은 고뇌 속에 빠질 것이다. 그 결과, 대응 조치를 내놨을 때 국민은 그 고뇌를 이해하고 뭉쳐 줘야 한다. 또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고 안 취하고는 선택과 의지의 문제이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_북한이라는 증거가 나올까.
김 위원="민군합동조사단이 결과 내놓았을 때 북한이 인정할 가능성은 애초에 없다. 북한이 인정할 만한 증거물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수준이면 된다. 이미 외국 조사단이 들어와 있다. 이들이 결과를 인정하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이 인정한다. 그것으로 북한의 소행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_최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론이 부쩍 힘을 받는다.
윤 전 장관="군의 능력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한 수준이다. 장관 재임 시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군 고위인사들과 만났을 때 그들은 (전시작전권 전환이) 자연스런 거라고들 했다. 그들이 동유럽의 경우를 보면 굉장히 불안했지만 한국은 잘돼 있다고 했다. 지난 20년 동안 전시작전권을 가져오려 했고 그래서 합동참모본부 조직을 개편했다. 물론 전시작전권 전환은 최종적으로 현 정부가 충분한 검토를 통해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만 보지 말고 안보 환경 등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
김 위원="전시작전권 전환은 세 가지 이유로 재론해야 할 때다. 첫째, 북한 위협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전시작전권 전환 추진했는데 오히려 더 늘어났다. 두 차례 핵실험으로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이 늘었고, 재래식 군사력도 마찬가지다.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참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둘째, 당시 청와대가 전시작전권 전환을 추진할 때 정치적 동기가 가미돼 있었다. 이후에도 미국은 '한국이 빨리 가져간다니 그럼 가져가 봐라'라는 식이었다. 셋째, 당시 충분한 찬반 논의가 부족했다. 천안함 사태까지 발생했으니 지금이야말로 재론할 적기다."
_감사원이 3일부터 군을 직무감사하는데….
김 위원="양쪽 다 문제가 있다. 감사원이 군을 감사하는 것도 그렇고, 군도 지금까지 국민에게 제대로 다가갔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여전히 배타적 부분으로 방치해 온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비리나 회계 사항 이런 것을 감사해야지 군 작전을 점검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어색하다. 총리실에서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하는 게 더 나을 뻔했다."
윤 전 장관="행정 예산도 아니고 작전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다소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국방부 장관이 건의했다는데 이런 문제는 대통령 직속으로 민간전문가 특별위원회 구성해 조사하는 게 낫다. 그래야 이후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사항을 잘 관리할 수 있다."
◈대담자 약력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1942년 부산 출생 ▦부산상고 해군사관학교 국방대학원 졸업 ▦합동참모본부 전력평가부장 ▦해군 작전사령관 ▦해군 참모차장 ▦대통령비서실 국방보좌관 ▦39대 국방부 장관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1950년 대구 출생 ▦경북고 졸업, 뉴욕주립대 정치학 석ㆍ박사 ▦경기대 겸임교수 ▦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 ▦국방부 국방선진화추진위원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진행=송영웅 정책사회부 차장 herosong@hk.co.kr
정리=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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