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합의에 따라 한미 자우무역협정(FTA)에 밀려 있던 한중 FTA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파워 플랜트'가 된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번에도 농업 및 저임 노동력 분야가 FTA의 최대 희생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FTA의 得: 중국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
FTA가 관세 철폐를 의미하는 만큼, 한중 FTA가 체결되면 그 수혜는 중국 수출물량이 많은 기업에게 돌아간다. 특히 석유화학, 기계장비, 철강 분야는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석유화학 제품은 중국의 자급률이 낮아 앞으로 수출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철강의 경우 관세율 차이(한국 0%ㆍ중국 6%)가 커서 관세가 철폐되면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한 뒤 국내에서 조립해 제3국으로 재수출하거나, 국내에서 직접 소비하는 경우에도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2000년 8%에 불과하던 중국산 원자재 의존 비율이 지난해에는 16.8%까지 상승했는데,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면 그만큼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이득을 보게 된다.
이창우 한국FTA연구원장은 "중국은 사실상 우리나라와 '1일 생활권'의 나라"라며 "한중 FTA를 통해 중국산 원자재와 상품이 싼 값에 들어온다면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물가안정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TA의 失: 취약 산업의 몰락
한ㆍ칠레 FTA와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대외 개방은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에 충격을 가하게 된다. 즉 한중 FTA가 체결되면 국내 농산물과 노동집약 산업부문에서 대량 실업과 한계 기업의 퇴출이 예상된다.
이명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FTA가 체결되면 장기적으로 중국산 농산물이 국산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6년에 이뤄진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한중 FTA의 파괴력은 국내 농산물 생산액의 14.7% 감소로 전망됐다.
재계 관계자도 "일반 생활용품, 섬유 등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에서 중국 제품의 시장 잠식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FTA 논의도 한국 경제의 핵심 업종을 위해 사양 업종이 손해를 보는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속한 타결은 쉽지 않을 듯
분야별 득실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만큼 '속도를 내자'는 양국 정상의 합의가 협상테이블에서도 효과를 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제조 기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중국이 선뜻 협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중간 산업기술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가전은 3.5년, 플라스틱금형 9년, 자동차부품 3.5~8.5년 등 평균 3~6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
물론 중국이 FTA의 목적을 경제가 아닌 다른 곳에 두고 있다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중국은 현재 아세안, 걸프협력위원회(GCC), 남아프리카관세동맹(SACU) 등과 FTA를 맺고 있는데, 경제적 실익보다는 이들 지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의 주도권을 놓고 일본과 경쟁하는 중국으로서는 한중 FTA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한중 FTA를 통해 미국ㆍ유럽연합(EU)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정민승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