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34년만의 따오기 자연상태 부화 성공 여부에 연일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일본 내 멸종을 전후해 중국서 기증받은 따오기를 인공 사육해 번식시킨 뒤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 환경성이 최근 자연상태 따오기 암수의 산란을 잇따라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사도(佐渡)따오기보호센터 우리에서 풀려난 30마리의 따오기 중 처음으로 산란이 확인돼 자연부화를 기대했던 따오기 커플은 4살 수컷과 1살 암컷(사진)이다. 3월 중순께 둥지를, 27일께 모두 3개의 산란을 확인했다. 알품기가 순조로웠으면 산란 후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지난달 24~30일께 부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암컷 따오기가 갑자기 알 1개를 주둥이로 쪼아 둥지 밖으로 내버리는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이어 26일에는 수컷이 또 하나의 알을 둥지 밖으로 버렸고 마침내 마지막 알 마저 29일 둥지 밖으로 버려졌다.
어미새가 품던 알을 버리는 것은 자연계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알이 무정란이면 썩어 들어가기 때문이며 유정란이더라도 발육이 정지되면 버릴 수 있다고 한다.
사도따오기보호센터에서 인공사육 중인 따오기의 경우 지난해 모두 113개의 알을 낳았지만 절반에 가까운 52개는 무정란이었다. 유정란에서 부화한 것도 자연부화가 10마리, 인공부화가 36마리였다.
일본 환경성이 지난달 29일 마지막 버려진 알을 회수해 조사한 결과 알 껍데기 안쪽에 혈관 조직이 없는 등 무정란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고 따오기의 자연계 부화가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환경성은 이번에 부화에 실패한 암수가 아닌 새로운 따오기 커플 2쌍이 둥지를 짓고 알품기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환경성에 따르면 새로 알을 품은 따오기는 4살 동갑내기 암수와 4살 수컷과 2살 암컷 부부. 4살 동갑내기쌍은 지난 달 6일 둥지짓기가 확인된 뒤 18일부터 암수 중 한쪽은 반드시 둥지에 남아 알을 품듯 웅크리는 자세를 하고 있다.
다른 한 쌍은 지난달 6일 알품기를 확인했지만 일주일 뒤 둥지를 아예 버렸다가 지난달 말 첫 둥지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 새 둥지를 지어 다시 알품기를 시작했다. 부화에 실패한 최초 산란 암수도 계속 행동을 같이 하고 있어 다시 알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이달 중 일본은 특별천연기념물인 따오기의 자연상태 부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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