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을 했는데도 기쁘지 않습니다."
천안함에서 살아 나온 전준영(사진) 병장이 2년간의 의무복무를 마치고 1일 해군복을 벗었다. 예비군복 차림의 전 병장은 오전 10시께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 등의 배웅 속에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정문을 나서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천안함 생존자 58명 중 첫 번째 사회 복귀지만 "혼자라서 제대하는 것 같지 않다. 지켜 주고 싶었고 정말 보고 싶다"며 고인이 된 동기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숨기지 못했다.
전 병장과 천안함에서 숨진 이상민(88년생) 이상희 이용상 이재민 하사는 모두 해군 542기다. 제대 전 마지막 휴가 때 2주일간 제주 여행을 같이 가자고 약속했던 절친한 동기들이었다. 전 병장은 지상근무를 할 수도 있었지만 동기들과 함께 근무하고 싶어 함정에 승선했었다. 그런데 침몰 당시 함수(艦首)에서 당직근무를 하는 바람에 자신만 목숨을 건진 것이다.
전역 뒤 전 병장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동기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이었다. 천안함 생존자 김효형 하사와 함께 간 전씨는 동기들이 묻힌 묘역에 예비군 모자를 바치며 눈물로 전역신고를 했다. 또 2함대에 있는 동료들에게 영상전화를 걸어 천안함 46용사의 묘역을 보여줬다.
한편 지난달 29일 영결식과 30일 백령도 해상위령제를 마친 천안함 46용사 가족들은 최소한 1주일 정도 더 2함대에 머물기로 했다. 유족들은 이 기간 유품을 회수하는 한편, 군과 보상에 대해 협의하고 성금 및 조의금 배분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또 2함대 내 충혼탑과 추모관 건립, 천안함46용사협의회 창설 및 홈페이지 개설 등에 대한 의견도 조율할 예정이다.
평택=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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