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아파트를 3.3㎡(1평)당 58만원에 지을 수 있을까.
대부분 '무슨 터무니없는 말이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수주에 사활을 건 D건설이 최근 이같은 취지의 제안을 한 것. 업계 관계자는 "이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175%의 무상지분율(재건축 조합원이 추가부담금 없이 넓혀갈 수 있는 면적 비율)을 보장했는데, 이를 역산하면 3.3㎡당 58만원에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체간 과잉 경쟁으로 재건축 수주 시장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사업성을 무시한 무리한 덤핑 수주가 잇따르고, 뒷돈으로 조합원을 매수하려는 시도까지 횡행하면서 한때 다정한 이웃사촌이던 조합원간의 반목도 나타나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제안서를 마감한 결과, D건설이 ▦조합원 무상지분율 174%에 ▦3.3㎡당 일반분양가 1,605만원이란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D건설 제안대로 공사가 이뤄지면 대지 8만3,316㎡인 고덕주공6단지의 경우 조합원이 무상으로 가져가는 지분은 14만4,969㎡(8만3,316㎡ X 174%)가 된다. 전체 분양면적(17만5,885㎡)에서 조합 면적을 뺀 일반분양 면적(3만915㎡)에 분양가(3.3㎡당 1,605만원)를 적용한 것이 시공사 수입(1,500억원)인 만큼, D건설의 제안은 사업비를 포함해 1,500억원으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헐값 수주 논란은 여기서 벌어진다. 다른 업체는 통상 1,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감안하면 D건설은 500억원으로 실제 공사를 해야 하는데 건축 연면적(28만5,171㎡)을 감안하면 3.3㎡당 공사비는 58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D건설은 '헐값 수주'를 부인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타사보다 무상지분율을 많이 제시한 건 사실이지만, 실제 공사비는 다른 업체와 비슷한 수준(3.3㎡당 350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D사의 파격 제의는 의외의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130%대 무상지분율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던 인근의 고덕주공2단지 조합원 일부가 6단지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1일 예정됐던 이 지역 시공사 선정 총회는 기존 조합과 사업 계획 변경을 요구하는 반대측 조합원의 몸싸움으로 무기 연기됐다. 특히 총회 직전 시공사 선정에 참여한 한 업체가 대의원에게 거액의 백화점 상품권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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