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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이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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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이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입력
2010.05.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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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무상급식, 유권자 대상으로 집회·서명운동은 위법"

무척 분주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의 휴대폰은 자주 울려댔다. 어떤 상황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냐 아니냐는 문의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꼼꼼히 설명했는데도 상대가 뭔가 퉁명스런 반응을 보인 듯 했다.

"선거를 어떻게 치르라는 거냐고 불평한 뒤 끊네요"라고 말한 뒤 휴대폰을 다시 충전기에 꽂았다.

이기선(57)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그는 6ㆍ2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상근무 태세에 돌입했다. 2008년 12월 총장직에 오른 뒤 처음 치르는 전국단위의 선거. 그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엿보인다. 그러나 이 총장은 "여야 정당과 후보자, 시민단체 등 모두가 각자의 관점에서 보려고 하니까 선관위는 어느 쪽에서도 환영 받지 못한다"며 "돈 선거를 막다 보니 음식점에서 선관위 직원들에게 소금을 뿌리기도 한다"고 말한 뒤 헛웃음을 지었다.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 문제 등 6ㆍ2 지방선거 쟁점에 대한 엄격한 제한 조치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현행법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기관입니다. 선거에서 어떤 쟁점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고 싶다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하면 문제될 게 없습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관권선거라면서 선관위를 비난하고 있는데요.

"선관위의 정당한 법 집행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최근의 비판에 대해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선관위는 26일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합법과 위법 사례를 적시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과거부터 운용해 온 기준에 따라 정리한 것입니다. 4대강 등 선거 쟁점에 대한 찬반 활동 자체를 모두 금지하는 게 아니라 그 방법에 따라 찬반 활동을 규제한다는 겁니다. 한 단체가 내부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4대강에 대한 찬반 입장을 구성원들에게 알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을 일반 선거구민을 상대로 알린다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위법입니다."

-적법과 위법 구분이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현행법은 한 단체가 쟁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때 기자회견이나 언론기관을 상대로 보도자료 제공, 내부통신망과 인터넷 게재 등의 방법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쇄물을 배포하고 현수막을 내걸고 거리 서명운동 등을 벌여 일반 선거구민에게 알리는 것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4대강 반대뿐 아니라 찬성 현수막도 철거했고, 정부의 4대강 홍보부스도 선거가 끝날 때까지 잠정 폐쇄할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홍보사진이나 엽서를 배부한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업체에도 경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행위를 하기 전에 선관위에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대목에서 이 총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목소리 톤을 조금 올렸다. )

-선관위의 규제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법으로 유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공직선거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일부 제한한 겁니다.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선거의 공정성도 지켜야 할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선거철에는 표현의 자유가 어느 정도 법에 의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트위터 활용이 새로운 선거문화로 부상하고 있는데,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조치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오해가 있는데, 트위터라서 규제하는 게 아닙니다. 선거법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인터넷 이메일을 의사전달 매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트위터도 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죠."

-그럼 트위터를 어떻게 활용할 때 위법이 되는 건가요.

"예비후보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트위터를 통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3자의 특정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지지는 규제 대상입니다. 선관위는 장기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회 입법과정에서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보자의 선거운동은 어느 정도 감시할 수 있지만, 제3자의 이메일이나 트위터 활동을 어떻게 감시하십니까.

"사이버선거감시단이 각종 인터넷 매체에 대해 검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위터와 이메일은 주로 제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용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선관위 직원에게도 불법 메일이 오기도 합니다. "

-후보자들이 음식물이나 여행경비를 제공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그러나 측근이나 제3자가 결제하는 경우는 어떤 기준으로 단속하나요.

"누가 지불했는지를 확인한 뒤 참석자를 통해 현장에서 어떤 말을 나눴는지를 따집니다. 후보자가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지인이 후보자를 홍보하고 지불했다면 제3자에 의한 기부가 됩니다."

-제3자가 후보와의 연결고리 없이 자발적으로 결제할 수도 있잖습니까.

"적발된 사람들은 모두 '순수한 마음으로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모임의 규모와 성격 등을 종합 검토해 결론을 내립니다. 당시 정황과 참석자들의 발언 수위를 따져서 상식 선에서 위법 정도를 결정합니다. "

-받는 사람도 과태료를 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동창회 등의 초청으로 식사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모임 주선자가 입후보 예정자를 소개하고 식대를 지불하면 일반인들은 이를 선거와 무관한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 2월 설을 앞두고 구의원이 3만5,000원짜리 굴비세트를 지역에 돌린 뒤 '설을 맞아 보냈다'고 알렸다고 합니다. 별 생각 없이 받은 주민 가운데 이를 돌려준 2명을 제외한 160명이 35만원 이상씩 과태료를 냈습니다. 또 체육행사에 참석했던 대학생들이 체육단체 대표가 마련한 뒤풀이 행사에 갔는데, 그 자리에 시장 입후보예정자가 와서 선거운동 발언을 해 결과적으로 선거와 관련한 음식물을 제공받은 게 됐습니다. 이들은 50만원 이상씩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

-자유선진당 지상욱 서울시장후보가 26일 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에 부인인 영화배우 심은하씨가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우자가 참석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사항이 아닙니다. 하지만 특정인의 참석을 이용해서 선거구민을 모으는 행위는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만약 지 후보 측에서 심씨의 참석을 미리 외부에 알리고, 그로 인해 선거구민이 모인 것이라면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는 겁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교육감 및 교육의원 선거도 함께 치러집니다. 선관위는 교육감 선거의 정당 관여 금지를 공표했지만 공공연하게 정당과 특정 후보가 연대한다는 암시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당과 교육감 후보의 정책이 같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후보자의 표현 방법에 따라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지게 됩니다. 즉 'A후보가 B정당의 지지를 받고 있거나 추천을 받았다'는 정도의 인식을 갖게 하는 행위가 규제 대상입니다."

-보수나 진보단체에서 특정 후보자를 지지할 수 있습니까.

"선거 쟁점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자회견이나 내부통신망 등 법이 허용한 방법을 통한다면 가능합니다. 대신 인쇄물 배포나 서명운동 등 법이 금지하는 방법은 안 됩니다."

-이번 선거는 1인이 8표를 행사하는 사상 최대 규모 선거입니다.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이 있습니까.

"영상과 인쇄물을 통한 광고 등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만 투표 현장에서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을까 봐 걱정입니다. 따라서 선거 당일 안내 도우미를 각 투표소에 3명씩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

-투표율 감소가 세계적 추세이지만 선관위 차원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있습니까.

"통합선거인 명부를 도입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으로 봅니다. 지금처럼 거주지 투표소에서만 투표하는 게 아니라, 같은 선거구 내에서는 어디서든지 투표할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가령 경기지사선거에서 용인이나 분당에 사는 주민이 과천에서도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직 입법적으로 수용되진 않았습니다. 일정 기간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투표제 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부정선거 행위에 대한 적발 건수는 4년 전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적발 건수는 매번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4년 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후보자들이 선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조심하고, 유권자 수준도 많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10~20년 전과 비교하면 선거 문화는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이런 점에서 선관위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선거를 앞둔 시점의 각오는 무엇입니까.

"과거에는 단속 위주였다면 이젠 찾아가는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후보자 사무실에 직접 들러 '이렇게 하면 위법, 저렇게 하면 적법'이란 식으로 일일이 안내하고 있습니다. 단체 행사가 있으면 선관위 직원들이 미리 나가서 관계자들을 만나 적법 범위를 알리는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끝으로 후보자에게는 어떤 행위를 하기 이전에 반드시 선관위에 적법 여부를 문의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유권자들도 어떤 것을 받았을 때는 반드시 선관위로 문의해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 이기선 사무총장 약력

▦1953년 충남 서산 출신

▦명지고 한국외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 경희대 대학원(정치학 박사)

▦선거연수원장

▦충북선관위 사무국장

▦경기선관위 사무국장

▦중앙선관위 홍보관리관

▦법제실장

▦사무차장

정리=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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