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정치적 악재로 번질 조짐이다.
CNN 방송은 1일(현지시간) 이번 재난을 "오바마의 카트리나"라고 표현한 보수성향 라디오 진행자 러시 림보의 말을 전했다. 초기상황 오판과 늑장대응 등 미 정부의 모습이 2005년 1,500명 이상이 숨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부시 정부의 형편 없는 대처와 닮았다는 게 비판론자들 주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교롭게 지난달 1일 연안 석유시추 확대 정책을 발표한 점도 곤혹스럽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때 공화당과는 달리 연안 시추에 반대했지만 취임 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앞서 "오늘날의 연안 시추는 일반적으로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며 연안 시추의 안전성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당장 환경단체들은 물론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까지 연안 석유탐사 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바마 정부에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ABC방송에 출연, "워싱턴에 늘 있는 정치적 노림수"라고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오전 멕시코만을 직접 방문해 피해상황을 점검한다.
지난달 29일 1,550㎢를 덮은 것으로 추정됐던 기름띠 면적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마이애미 대학 한스 그레이버 교수는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기름띠 넓이가 지난달 29일 이미 3,000㎢에 달했으며 지난달 30일 자정 무렵 9,900㎢까지 넓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남한 면적의 10분의1, 서울의 16배를 넘는 규모다. 예상을 뛰어넘는 확산 속도로 볼 때 기름띠의 해안 상륙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드 앨런 미 해안경비대 사령관은 1일 "워낙 기름 유출량이 많아 해안가에 이를 것"이라며 "남쪽에서 부는 바람의 영향으로 미시시피와 앨라배마에는 72시간 내에 기름띠가 닿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루이지애나, 플로리다에 이어 앨라배마주와 미시시피주가 1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루이지애나주 정부는 오염을 막기 위해 일부 어장을 폐쇄했다.
미 정부는 방제선 및 항공기 300여대는 물론 주방위군까지 동원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강풍과 높은 파고 등 기상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형 방제선의 현장 접근이 어려워지고, 오일펜스가 강풍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 습지 등 수많은 야생 생물의 보고이자 양식 및 어업 주산지에 대한 피해 우려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고로 해양 및 인근 연안의 생태계가 향후 10~20년 동안 끔찍히 파괴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방제당국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지난달 30일 원유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해 무인 로봇을 내려 보내 화학물질을 살포한 것이 효과를 보인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다만 추가 실험이 필요해 속단할 수는 없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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