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상하이(上海) 만남은 불발됐다.
두 사람은 30일 저녁 상하이 엑스포 개막식 참석 정상 환영만찬과 개막식에 함께 참석했지만 눈길을 교환하거나 따로 만나지 않았다. 굳이 조우라고 표현할 상황도 연출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 후 상하이국제회의중심에서 진행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주최 만찬에 김윤옥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상하이에 도착해 미리 만찬장 테이블에 앉아있던 김 위원장의 옆을 그대로 지나쳤다. 이날 만찬 테이블은 후 주석을 중심으로 60여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대형 장방형 탁자였다.
중국은 이 대통령의 자리를 당초 배치 계획보다 중앙 쪽으로 앞당겨 후 주석, 국제박람회기구 의장,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리장춘(李長春)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이 대통령 내외의 순으로 자리를 배치했다. 김 위원장은 반대편에 앉았다. 환영만찬 후 엑스포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엑스포 개막식에서도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조우하지 않았다.
정부는 사전에 중국측에 이 대통령의 좌석 배치와 동선에 관해 입장을 전달했다. 천안함 사고에서 북한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 북한 매체들의 원색적 이 대통령 비난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008년 8월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참석 당시 환영 오찬장에서는 조우한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상하이에 도착한 직후 가장 먼저 임시정부청사와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찾았다. 이 대통령 내외는 루완(盧灣)구 임정 청사에서 방명록에 '애국선열들의 뜻을 이어받아 선진인류국가를 만들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청사 집무실에서 '광명(光明)' 등의 글이 담긴 액자를 보고 "그 때 광명이 얼마나 그리웠겠느냐. 깜깜한 새벽이었을 텐데…"라면서 "절망 속에서 절망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내외는 이어 루쉰(魯迅)공원 내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찾아 방명록에 "나라와 겨레에 바치신 뜨거운 사랑, 부강한 조국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2006년 4월부터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윤봉길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이 대통령은 리츠칼튼 호텔에서 대기업 총수 및 최고경영자들과의 오찬을 하면서 "한국 경제는 우리 기업이 중국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진출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오찬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박찬법 금호아시아나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부회장,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 조석래 효성 회장, 최재원 SK부회장, 강덕수 STX 회장, 남용 LG 부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박건 세미머티리얼즈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박용현 회장과 정용진 이윤우 부회장 등은 한중 FTA의 조속한 체결 필요성을 밝혔다.
상하이=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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