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인간이 실험해 온 여러 정치이념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것이고, 현대 사회는 주로 그 실천적 방편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선거는 이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가장 본질적인 수단이자 형식이다.
선거는 세 명의 행위자 사이의 게임이다. 선택하는 자와 선택 받고자 하는 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해진 게임의 룰이 지켜지도록 관리·감독하는 자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 선거 게임의 주인은 누구인가? 바로 '선택하는 자', 즉 유권자인 국민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선거는 점점 선택 받고자 하는 자와 관리·감독자, 이렇게 양자간의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 다시 말해 선거게임에서 이탈하는 유권자가 점점 많아져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선거의 경우 투표율은 1987년에는 89.2%였으나 2007년 대선에서는 62.9%로 하락했고, 국회의원선거의 경우에도 1988년에는 75.8%에서 작년 총선에서는 46.1%로 떨어졌다.
지방선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게임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의 발화점이 될 수 있고, 나아가서는 게임 자체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합리적 선택이론을 빌리면 이와 같은 현상은 지극히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얻게 되는 기대이익과 투표참여에 드는 비용을 비교해서 전자가 더 작으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즉 유권자 자신은 굳이 투표하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그 과실만을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른바 '무임승차자(free-rider)'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무임승차행위는 또 다른 무임승차행위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무임승차행위가 도를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임승차자가 되어 공짜를 바라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기적인 선택이 아닐까?
일각에서는 '의무투표제'를 도입하여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벌금과 같은 제재를 가하여 '공짜'를 바라는 생각을 지워버리자고 하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인 강제보다는 건전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자율 참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보다 어울리지 않을까?
고대 그리스 민주정 시대에는 봄에 시민들이 아고라에 모여 국가에 위험을 끼칠만한 정치인의 이름을 도기 조각에 적어내어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을 10년간 국외로 추방하는 '도편추방제(陶片追放制, ostrakismos)'가 있었다고 한다. 오는 6월 2일은 8개의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참된 민주주의는 올바른 참여로부터 시작한다.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우리 주인들은 더 이상 떳떳하지 못한 무임승차의 이득을 바라지 말고 '도기 조각이 아닌 투표용지'에, '추방할 정치인이 아닌 진정 필요한 정치인'을 적어내야 한다.
정기연 충남 선관위 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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